목포근대역사관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보면서 저 호텔의 촬영지는 어디일까? 하고 궁금했었다. 우리나라에서 근대기 건축물이 아직까지 그 원래의 외관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극히 드물기에, 드라마나 영화가 20세기 전반에 조선의 분위기를 내기 위한 선택지는 그리 많지가 않다.
배재학당 동관을 포함한 정동일대의 건물들,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한 명동일대의 건축물들, 인천, 부산 등지에 조금씩 남아있다. 구국립중앙박물관으로 활용되었던 조선 총독부 건물도 이 시대의 건축물이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흥미롭게도 이 건물들은 돌이나 벽돌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군산이나 목포에 가면 일본인들이 살았던 가옥들이 남아 있다. 이들 건물은 나무로 만들었는데, 앞서 말했던 건축물들은 목적이 달랐기에 건축가도, 건축주도 재료도 달랐다.
이들 건물들은 조선에 들어온 새로운 지배 체제(경성부청사), 새로운 경제 체제(조선은행), 새로운 종교(성공회 서울성당), 그리고 새로운 교육 체제(배재학당 동관)까지 유교를 국시로 하는 조선에 밀고 들어온 열강을 상징하는 건물들이기도 했다.
조선 근대의 역사는 각축을 벌이던 열강 중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이 아닌 피지배자로, 일본을 빼고 우리의 근대를 이야기할 수가 없다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진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안에 근대성이 어떻게 꽃 피울지, 어떤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또 어떤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어 낼지 알 수가 없다. 네오 르네상스니, 고딕이니 하는 건축양식으로 이 시대의 건축물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
호텔 델루나에 등장했던 건물은 지금은 목포근대역사관으로 쓰이는 건물이며,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영사관 건물이었다. 건물 안에는 목포의 여러 역사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많은 관람객들이 붐볐다. 입구는 인기 있는 포토존이라, 다른 사람의 사진에 우연히라도 찍히고 싶지 않다면, 몸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 건물 뒤편으로 인공적인 동굴이 있다. 방공호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었다. 냉기 때문인지 으스스해서 관람객이 별로 없었다.
정동일대는 축제의 장소가 되었고, 이곳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문득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조선 백성이 이 건물을 볼 때, 혹은 들어가야 할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