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벽에 새겨진 빛나는 별

영화리뷰_영웅

by 검은 산

영화 ‘영웅’을 보았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은 향후 3.1 운동과 함께 독립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장소가 하얼빈이었다는 것, 죽은 사람은 제국주의 일본의 설계자이고 죽인 사람이 독립군 대장이었다는 것은, 의거일 1909년 10월 26일 현재,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1910년 한일병합까지 당시 조선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했으나, 결국 멸망의 물길을 돌릴 수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저격이전 안중근의 삶이 말해 주는 것처럼, 고향에서 교육기관을 설립했으나 역부족이었고, 의병은 궤멸당했다. 비록 백성의 지탄을 받았을지언정 일국의 왕비가 궁궐 담을 넘은 일본 무사들에 의해 도륙을 당해 시신조차 태워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땅은 여전히 유구하고, 백성은 아직도 저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더 이상 누대에 걸쳐 살아온 이 땅의 주인이 될 수 없다면 그때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토를 저격하고 난 후, 안중근 의사는 타국에서 목숨을 구하는 대신 ‘코레아 우라’를 외쳤다. 그것은 목숨을 가벼이 여겼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한 일의 의미를 알고 있었고, 이 일이 어떻게 남겨져야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개인 안중근은 거사 전 날에 주님을 찾아 위안과 안식을 갈구했을지 몰라도, 독립군 대장 안중근이 이토에게 겨눈 총구는 흔들리지 않았다.


국제 질서는 자비가 없다. 약하면 밟히고 빼앗긴다. 힘과 힘이 충돌하는 그곳에서 조선은 약자였고, 그래서 빼앗겼고 짓밟혔다. 그러나 약자에게도 강자에게도 딱 한 가지밖에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목숨이다. 약자인 조선의 백성 안중근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강자인 이토의 목숨을 거두었다. 애초에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영화 ‘영웅’은 뮤지컬 영화이다. 주인공 안중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있었을 법한 허구의 인물들인 설희나 마씨 남매가 부르는 ’흔들림 없는 태산처럼‘ ’그대를 향한 나의 꿈‘, ’사랑이라 믿어도 될까요‘ 같은 넘버들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이들을 역사라고 불리는 인간의 기억이라는 거대한 벽에 별 하나를 만들어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