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ist_어기야 디어라

이상은_어기야 디어라

by 검은 산

‘담다디’로 강변가요제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상은은 젊음의 신선함을 가진 음악과 퍼포먼스로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많은 관심과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내가 그녀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몇 번이나 들으면서 오래 기억하게 된 것은 그 후로도 아주 오래 뒤의 일이다.


그녀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담다디와는 다른 의미에서 발매하는 앨범마다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면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 내곤 했는데, 그녀의 앨범 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것은 ‘어기야 디어라’가 수록된 <외롭고 웃긴 가게>(1997)였다.


한 송이 꽃이 예쁘게 그려진 표지에 속으면 안 된다. 앨범 안의 음악들은 말랑말랑하거나 만만하지 않다. 노래는 음유 시인이 즉흥적으로 읊조리듯 가사는 언뜻 잘 이해가 안 되고, 노래도 무심하게 뱉어 내는 듯하지만, 보컬과 밴드의 연주가 어우러져 이상은만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생각해 보면 담다디도 경쾌한 멜로디와 힘찬 보컬에 현혹되지 않고, 가사를 잘 들어보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님을 떠나보내는 내용이다. 보컬과 가사의 불협화음이 이상은의 인장印章같기도 하다.


이 앨범에서 특히 좋아하는 노래 ‘어기야 디어라’를 처음 들었을 때 우리의 전통적인 뱃노래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노동요가 가진 반복적인 후렴구와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서 자연과 우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시선은 반복적인 일상에서도 리듬을 만들어내는 노동요와 닮았다.


음악은 소리인데, 어기야 디어라를 듣고 있으면 눈앞에 해도, 달도, 하늘의 별도, 땅의 꽃도 보이는 듯하다. 그중에서는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크고도 검은 맑은 눈이다. 그 눈에 빨려 들어가 근심도 있고, 슬픔도 잊고 그저 노를 젓게 되는 그 몰입의 순간, 현실을 살아가느라 강고하게 쌓아 올린 자아라는 허물이 흩어지는 듯해서 이 음악이 좋았던 것 같다.



네 눈은 검고도 맑구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도

네 등은 붉은 흙 같구나

씨앗을 뿌려볼까


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고

흘러 흘러 어디로 가나

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고

전구를 가로질러

어기여 디여라 어기여 디여라

바람도 멈추고 비도 거두어지니

어여어여 노를 젓네


하늘의 별도 땅의 꽃도

가만히 제 길을 살아가듯

서로 다른 몸으로 나서

다른 숨을 쉴지라도


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고

물길은 하늘에 닿고

해는 뜨고 지고 달도 뜨고 지고

마음은 서로에 닿고

어느새 강물이 웃고 있는 걸 보니 우리도 웃고 있겠구나


바람도 불어오고 비도 같이 내리니

어여어여 노를 젓네

바람도 멈추고 비도 거두어지니

어여어여 노를 젓네


어기여 디여라 어기여 디여라 어기여 디여라

어기여 디여라 어기여 디여라 어기여 디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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