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난 그렇게 헛된 시간을 보냈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

by 검은 산

극장판으로 돌아온 슬램덩크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던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27년 전, 이미 만났으니 헤어질 수밖에 없구나 하고 포기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그때 함께했던 그 모든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슬램덩크의 가장 큰 힘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메인 캐릭터는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와 서태웅(루카와 카에데)이지만, 그 외에 가장 인기 많은 캐릭터가 정대만(미츠이 히사시)일 것이다. 좌절로 방황했으나, ‘농구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라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방황을 끝낼 용기를 가진 자, 그가 바로 '불꽃남자 정대만'이다. 정대만은 아무리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떠받칠 의지와 정신이 없다면 재능도 꽃피울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캐릭터이다.



정대만은 상왕을 만나기 전, 오랜 방황 끝에 코트로 돌아왔지만 용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체력의 부족으로 열정을 감당할 수 없는 나약한 육체를 절감하게 된 것이다.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그 현실적인 벽은 상왕을 만나기 전까지의 단기간 동안 허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상왕전에서도 여전히 체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이었다. 처음 돌아왔을 때 마음, 농구가 정말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정대만의 서사를 보면서, 나 또한 살면서 얼마나 많은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날려버렸던가? 만약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했을까? 하는 후회와 자책으로 시간을 보냈던 때가 생각났다. 과거의 물웅덩이에 비친 나를 보면서 얼마나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기를 주저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라스트 슬램덩크를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코트에 돌아왔던 정대만을, 계단에 홀로 앉아 어리석은 선택을 했던 자신을 자책하는 정대만을 떠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 코트에서 쏟아붓고 있었다.


지나간 시간의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 것,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자신을 불사르는 정대만을 보면서, 진정 자유로워 보였다. 그래서 눈물이 '핑' 돌았는지도 모르겠다.


슬램덩크를 보면서, 과거의 나는 울고 웃었다. 어른이 된 나는 또다시 슬램덩크를 보면 울고 웃는다. 그것이 나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했다. 어린 나를 지켜냈다는 증명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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