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_해돋이

by 검은 산

어두운 밤도 아니고 아침도 아닌 가장 차가운 시간,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그곳이 점차로 밝아지면서 온전히 둥글고 붉게 이글거리는 해가 떠오는 장면은 시리고도 장엄하다. 푸르스름한 회색의 시간이 물러나고, 붉고도 뜨거운 삶으로 전환되는 그 타이밍에 들이마시는 공기는 맛도 다른 것만 같다. 사위四圍가 밝아지고, 모든 것이 분명 해지는지는 그 순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그 차갑고 어두운 시간을 묵묵히 기다린다.


새해가 되면, 동해안의 바닷가에는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와 아니면 혼자서, 사람들은 어제도 떠올랐고, 아마 내일도 떠오를 그 해가 가장 가깝게 보이는 시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워지려는 의지를 불태우면서, 어제보다는 나은 내가 될 것을, 나은 삶을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한다.


지평선에 떠오른 해는 반원을 그리며 하루 동안 운행하다가 반대편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엄정한 질서 속에서, 12월 31일의 일출과 1월 1일의 해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어떻게든 자신을 다독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미미한 인간으로, 그렇게라도 나 자신과 나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들과 그래도 어찌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일들과, 어찌해야만 하는 일들을 대면할 용기를 얻기도 한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이 있다. 매일 새로워지고 또 새로워진다는 의미로 많은 사람들이 책상 앞에 붙여놓는 인기 있는 문구이다. 일日은 하루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태양을 본 따 만든 상형문자이기도 하다. 태양은 새로워지지 않는다. 태양은 자연의 질서의 일부분으로 변함없이 운행하는 것이 본질이지만, 하루는 다르다.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는 인간의 의지가 작동될 여지가 있는 시간과 공간이 된다.


하루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노예가 되어 몸부림치기도 하고, 대책 없는 낙관으로 막연히 미래를 기대하지만, 그 수많은 불완전한 하루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름의 최선을 다하여 부족한 데로, 완벽하지 않은 채로, 그렇게 하루에 하루에 쌓아 삶을 만들고 죽음으로 간다. 우리가 죽은 후에도 그 지평선 너머에서는 틀림없이 붉은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또 누군가는 벅찬 마음으로 그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것이다. 무한한 것에 기대는 마음이 나약해 보일지라도, 유한함이 없다면 무한함도 없는 것이다.


찬 공기 속에서도 얼굴에 쏟아지는 붉은 태양의 열기가 삶의 뜨거움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그 반대편이 죽음일지라도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마음은 벅차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