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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우진 Dec 06. 2021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결국 사랑의 의미가 되겠네요. 


사랑해 라는 말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지만

사랑해라는 말을 잘 표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것의 표현은 말로써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가 지금보다 어릴 때

5살 무렵 아이와의 관계가 극에 치달았습니다. 

사춘기도 아니고 고작 그 다섯살 아이와 관계가 뭐가 그리 나빠질까 싶기도 하지만 ...

아이는 저에게서 사랑을 느낄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한참 엄마의 사랑이 고플 나이에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지 않다니 .. 아이의 마음은 공허함으로 채워지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여느 엄마가 그렇듯 일부러 사랑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으니까요. 


"**아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해"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 말했고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극에 치달았다 생각이 든 순간은 그 말에 대한 아이의 반응 때문이었습니다. 


"그 말 하지마!" 라며 아이는 뒤로 자지러젔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사랑한다는 말에 진심을 담았지만

그건 결국 저의 절규였습니다. 


'내가 너 이만큼 사랑한다잖아

그러니 제발 나 좀 그만 괴롭혀줘

그러니 제발 그 상처 받은 마음 좀 아물어줄 수 없겠니'


애절한 마음은 나에 대한 동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치유의 말인냥 그걸로 공허한 아이의 마음이 아물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래서 제발 너도 나도 평범한 모자지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뒤늦게 깨달은건 아이가 바라는건 사랑해라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랑의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자기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엄마가 충분히 함께해줄 수 있음에도 아이를 내버려두지 않는 것. 



자기를 바라봐주는 것

자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 

바쁘더라도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자기와 놀아주는 것

자기를 두고 걱정하지 않는 것, 즉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줄 것



어린 아이가 자기가 바라는 바를 정확한 논리로 표현하기란 어려울 것이었습니다. 


표현은 못했지만 아이가 정말로 바라는 것은 이러한 것들이었습니다. 


엄마는 나 사랑한다면서 왜 나랑 있는건 괴로워 해?

엄마는 나 사랑한다면서 왜 자꾸 나를 바꾸러고 해?

엄마는 나 사랑한다면서 왜 자꾸 나를 걱정하는 시선으로만 봐?

엄마는 나 사랑한다면서 왜 나랑 노는건 싫어 해?




아이는 그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던 겁니다. 



그런데 엄마는 말로는 계속 자기를 사랑한다고 하니 전문적인 용어를 빌리자면 인지부조화를 느꼈을 겁니다. 



그제야 아이의 그 모습이 유년기의 제 모습과 꼭 닮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유년기의 상처는 대학시절까지도 아물지 않은 채

서울에서 자취하는 내 방에 엄마가 올라왔다 내려갈 때마다


'사랑하는 우리 딸'

이라고 적어놓은 쪽지를 보며 

미칠듯한 분노를 느끼며 그 종이를 찢어버리던 제 모습과 꼭 닮았습니다




그 쪽지를 보던 제 감정은 '거짓말하지마' 였으니까요.


저와 같이 있기보다 동네 아줌마들과 있는게 더 즐거웠고

제 이야기에는 관심도 없었고 자기 이야기만 하고 싶어하고

저랑 있는 걸 시집살이라고 표현하던 엄마에게서는 그 어떤 사랑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유년기의 경험과 내 아이의 행동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결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사랑을 믿기 위한 증거가 필요하고 그것은 행동으로만 이해되어짐을. 




그래서 M.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할 길] 에서 "사랑이란 행위로 표현될 때 사랑이다." 라고 말했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는 사랑해라는 말과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주려 노력합니다



아이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말 없이 바라봐줄 것

마치 아름다운꽃을 바라보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감동받을 것

놀아달라고 할 때 너무 지겨워도 온 집중을 다해 그 순간에 함께 머물러 줄 것 - 마치 이 세상에 너와 나 단 둘이만 있는 것 마냥





아이는 이제 제가 "엄마가 진짜 많이 사랑해" 라는 말에 즉각적으로 "나도!"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면 이젠 저는 호기롭게 뭐가 나도냐고 당당하게 묻기까지 합니다

"너도 너를 사랑한다는거야?"


"나도 엄마 진짜 많이 사랑해"



그래서 저는 기어이 엄마를 사랑한다는 말을 받아내고야 맙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표현할 때 가능하다는 것

기꺼이 내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라는 것  



또 하나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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