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죽음이란 내 삶의 자락과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언젠가 성당의 피정 프로그램에서 죽음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자그마한 소성당의 불이 꺼지고 성체 등만 빨간 점으로 빛나고 있었다. 모두 눈을 감았다. 차분한 음악이 흐르고 신부님의 나지막한 목소리만 들려왔다.
“병원 진료실 안입니다. 오늘은 검사 결과를 듣는 날입니다. 의사가 말합니다. 암 말기입니다. 이제 몇 개월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울고 있었다. 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떡하지? 가슴에 통증이 밀려왔다. 못사는 딸을 가슴 아파하시는 부모님과 어린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나 자신이 가엽고 불쌍해서 더 슬펐다.
지금 내 삶의 끝자락에 서 있다면 나는 좋은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콧줄을 끼고 산소 호흡기로 삶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 내가 살던 곳에서 가족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면서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죽고 싶다. 그래서 사전연명의료 신청도 했다.
그렇지만 그건 나의 희망 사항이고 어디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라도 겸손하게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비참한 죽음도, 고귀한 죽음도 없다. 그런 정서를 가지는 것도 다 내려놓고 이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 간이역쯤으로 생각하겠다.
죽음이 그리 가까이 있지 않고 아직 내게 허락된 시간이 남아 있다면 행복해하고 싶다. 더 많이 웃고, 더 즐겁고 신나는 일을 많이 하리라. 치매에 걸린 착한 남편을 더 사랑하고 더 친절하게 대할 것이다. 아이들의 말을 더 많이 경청하리라. 내가 줄 수 있는 건 사랑받았던 기억뿐일 테니까.
주어진 일상을 잘 살아내고 감사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것이다. 내 기도가 노래가 되어 흩날리면 꿈속에서라도 자유롭게 날 것이다. 오늘 하루가 내 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살다 보면 행복한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오늘도 행복을 선택한 나는 종달새의 노래를 부른다. 여름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