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이야기
지난겨울 영하 10도의 추위가 이어지는 새벽에 견딜 수 없는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 문을 두드렸다. 아픈 남편과 아침 출근을 위해 곤히 잠든 아이들이 있지만 깨울 수 없어서 혼자 택시를 불렀다. 응급실 침상에 누워서 각종 검사를 받으면서 정말 아득했었다. 내가 병이 들면 가족은 어떻게 될지 몹시 두려웠다.
남편이 아프다. 알츠하이머병이다. 나도 아프다. 치매는 아니지만 잡다한 병들을 달고 산다.
아이들이 있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아이마다 각자의 아픔이 있다.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한다. 자녀에게 물려 줄 유산은 무엇인가.
불안한지도 모르겠다. 발은 땅을 딛고 있지만 내 마음은 허공에 떠 있는 것 같다.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무의식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두려움은 숨길 곳이 없다.
오늘 밤도 잠들지 못한다. 수면제를 먹으면 몇 시간 깊은 잠을 잘 수 있지만, 새벽에 여러 번 깨서 서성이는 남편이 신경 쓰여 그마저 쉽지 않다. 아마도 누군가 먼저 죽기 전까진 하얀 밤이 계속될 것이다.
내가 잠 못 드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이유겠다. 그다음엔 남편 핑계를 댄다.
평화를 꿈꾼다. 아무 근심 걱정이 없는 내 안의 평화!
자유가 그립다.
인생은 어차피 끝나지 않는 길인데 누구나 걷고 싶다는 산티아고를 가보진 않았지만, 나만의 길을 간다. 불면의 밤도 껴안고 간다. 오늘 밤도 처연하다.
꿈을 꾼다. 꿈속에서 나는 두리번거리고 초조하다. 이사를 해야 하는데 집을 못 구했다. 소나기가 오는데 마당에 널린 빨래는 쉬이 걷어지질 않는다.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사방이 투명하고 바닥은 물컹거린다. 시험을 본다. 답을 알 수 없는데 종이 울린다. 우는 아기가 있다. 젖병을 찾을 수가 없다.
엄마가 보인다. 꿈속의 엄마는 아픈 모습이다. 무슨 일인지 엄마도 울고 나도 운다. 엄마의 슬픈 눈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릴 적 고향이 보인다. 기와집 고른 담벼락 아래 맨드라미가 붉게 피었다. 앞마당 우물에서 엄마가 항아리 모양의 플라스틱 김치통을 꺼내려고 줄과 씨름하고 있다. 나는 뒷산 언덕에서 뭉게구름으로 그림을 그린다. 친구들과 신작로 아래 개구멍을 기어간다. 구멍이 막혔다. 나는 울고 웃고 꿈속에서 자란다. 꿈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