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회고록- 마스크 벗지 못하는 이유

22년 1월 20일

by 오순영

마스크 벗지 못하는 이유


1) 얼굴 없는 삶에 익숙해졌다.


나는 반려견 두 마리가 있다. 산책을 나갈 때면 목줄을 채우는데 목줄을 보면 개들이 꼬리를 치고 달려와 목줄 채워달라고 앞에 앉아 기다린다.


개가 목줄에 익숙해진 것처럼, 사람들이 마스크에 익숙해져 버렸다. 수치스럽고 불쌍하고 모욕적이지만 그렇게 된 것이다. 애완견이 목줄을 보고 외출함을 눈치채고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한국인들은 마스크를 해야 외출이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마스크는 개의 목줄처럼, 외출의 필수품이고, 집 밖의 세계로 입장하는 티켓이다. 어느 물건에 익숙해질수록 삶은 제약받는다. 삶의 제약이 돼버린 마스크에서 국민들은 해방될 수 있을까?


2) 합리와 이성이 부족하다.


일찍이 비합리와 비이성의 세계를 신봉하는 자들이 하나같이 그러하듯이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은 아무리 확진자가 많이 나와도 자신의 코와 입을 막아주는 마스크가 자신을 지켜 주리라는 미신을 버리지 못한다. 인과를 추론하는 합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이성은 생각을 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일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마스크의 효능 따위를 생각하며 고통스럽게 사느니 생각 없이 편하게 사는 것을 택한다. 그리하여 다 같이 입과 코를 막고 편하게 사는 것이다.


3) 남다름을 바이러스처럼 혐오한다.


비합리와 비이성의 세계를 신봉하는 자들에게는 언제나 약자들과 병자들이 허다했다. 그들은 자신과 같은 인간들을 좋아하고 어울렸다. 그들은 깨친 자, 남다른 자, 정직한 자, 용기 있는 자를 몹시도 미워했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금 그것이 극도로 심해졌다. 약자의 세계에서 남다른 소수자들은 살아남기 힘들고, 약할수록 살아남기에 유리하므로 그들은 약자로 살아남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전부 코와 입에 밀폐된 공간을 만들어 붙이고서 자신을 더욱 약하게 만들어 약자로서 혹은 병자로서 동정과 선처를 바라며 살게 되었다.


3) 대통령이 다르다.


얼굴 없는 나라에서 대통령은 행복하다. 정치는 없고 명령만 있기 때문이다. 배은망덕한 대통령에게 국민은 섬기고 봉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복수해야 할 적이다. 국민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태극기 들고 수 만 명이 청와대까지 와서 물러나라고 외치며 위협을 했다. 그것은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은 끔찍한 기억이었다. 높은 곳에서 얼굴 없는 국민들이 항의도 못하고, 화난 표정도 하지 못하고, 집회도 못하고, 풀이 죽은 채 적막한 거리를 걷는 것을 내려다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리라. 그리고 영원히 코로나가 계속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잠을 청할 것이다.


4) 모순 속에 자아를 묻어 버렸다.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임을 현재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가장 정직하게 말하는 자아, 사물의 척도이자 가치이며 창조하고 의욕하고 평가하는 자아가 모순 가득한 세상에서 무슨 소용이랴!


자아는 숨고 싶다. 왜냐면 자아가 정직하게 말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자아가 모순 가득한 세상을 향하여 강하게 외치게 되는 것이 자신의 신체를 훼손시키고 자신을 구속하고 자신의 재산을 빼앗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자아를 가두기 위해 스스로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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