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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영 Sep 05. 2024

권력과 수명


권력자가 오래 살까요? 아니면 권력 없는 사람이 오래 살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영국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교수 마이클 마멋은 영국의 공무원 1만 308명을 정부에서 일한 기간 동안 추적 조사를 했습니다. 그 기간은 1985년에서 95년까지 10년 동안이었습니다. 결과는 더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사망률이 낮다는 것이었습니다. 마멋은 이를 ‘지위 신드롬 Status Syndrome’이라고 불렀습니다. 가장 낮은 지위에 머무른 사람들은 권력의 가장 높은 계층까지 오른 이들에 비해 사망률이 세 배나 높았습니다. 마멋은 이렇게 해석하였습니다. 지위가 높으면 받는 스트레스도 많지만, 스스로 상당한 지배력이 있다고 느낀다면 괜찮다고 말입니다. 즉 스트레스에 시달리더라도 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것보다 더 건강에 이롭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배력이 있는 스트레스는 건강에 이롭지만, 지배력이 없는 스트레스는 건강에 해롭다는 말입니다.


개코원숭이 집단의 최고 서열의 우두머리 수 컷(알파메일이라 칭함)과 낮은 서열의 수컷과 생물학적 노화를 연구한 실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알파메일의 노화가 더 빨랐습니다. 사회적 서열이 급상승한 어느 야심 찬 수컷 개코원숭이를 서열이 상당히 낮았을 때 한 번 검사한 뒤, 지위가 상당히 상승한 10개월 후에 또 한 번 검사했습니다. 실제 시간은 10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DNA 메칠화 기법으로 측정한 생물학적 노화는 거의 3년 가까이 진행됐음이 드러났습니다. 알파메일이 되기 위해 수 컷 개코원숭이는 도전하는 다른 수컷과 많은 전투를 치러야 했을 것입니다. 권력 투쟁이 많으면 비록 권력을 잡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것입니다.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니까요.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승리는 정당한 패배보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2011년 프린스턴대학교의 로런스 게스키에르 Laurence Gesquiere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위의 연구를 보강하고 있습니다. 영장류 위계에서 더 높이 올라갈수록 혈액 내 스트레스 호르몬이 적게 나왔습니다. 그러나 위계의 정점에 오른 알파메일은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결과를 보여 줍니다. 알파는 외롭고 그 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권력의 모든 떡고물을 누릴 수 있으면서 자신의 건강에 해가 되는 모든 위험은 피할 수 있는 자리는 알파메일이 아닌 베타메일의 자리라는 것입니다. 즉 이인자가 되는 것입니다.


마이클 마멋의 연구, 영장류의 코카인 중독 실험, 아프리카 초원의 개코원숭이 실험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지위가 낮을수록 수명이 짧다는 것입니다. 지위가 상승할수록 스트레스도 적어지며 수명도 길어집니다. 그러나 위계의 정점에 오르면 상황이 좀 복잡해집니다. 많은 스트레스로 급격한 노화가 옵니다. 권력 투쟁이 많거나, 밀려날 위기를 많이 겪으면 더 심해집니다. 너무 적은 권력, 너무 많은 권력 모두 건강에 해롭습니다. 권력을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국가와 국민을 해칠 뿐 아니라 자신도 해치는 어리석은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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