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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과 거짓

by 오순영

정직과 거짓

정직과 거짓이 한마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거짓이 정직에게 사과나무를 심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사과나무를 심어 크게 자라면 여름에는 그늘 밑에서 쉴 수도 있고 사과를 따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냐고 정직에게 말했습니다.

정직은 그것이 참 좋은 생각이라 생각해 그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사과나무 묘목을 남쪽 먼 마을에서 얻어와 마을 가장 좋은 땅 해가 잘 드는 곳에 심었습니다. 거짓은 정직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하였고 정직이 조금 쉴라치면 게으름 피우지 말라고 다그쳤습니다. 정직은 거짓의 그런 태도에 화가 났지만 사과나무를 잘 길러 마을사람을 기쁘게 할 생각에 참고, 강에서 물을 길어와 주고, 거름을 주었으며, 벌레가 먹지 않게 부지런히 관리하였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사과나무가 크게 자랐습니다.


거짓은 마을 사람을 모두 불러 놓고 자신의 생각으로 사과나무를 심어 이렇게 많은 사과가 열렸으니 모두 자신의 공이라 말하였습니다. 사과를 따서 마을사람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공짜로 맛있는 사과를 맛본 마을 사람들은 정직이 일을 다 한 것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손에 사과를 따서 주는 거짓을 칭송했습니다. 시원한 사과나무 그늘에서 거짓과 마을사람들은 잔치를 벌였습니다. 정직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즐거워 잊어버렸습니다. 어느덧 마을에는 안락함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거짓의 사과나무 밑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마치 기정사실처럼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거짓은 정직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과가 많이 열리고 또 가지도 울창하게 퍼져 시원한 그늘이 생겼으니 우리가 참 대단한 일을 했다고 공치사를 하면서 뿌리가 매우 중요하므로 뿌리는 네가 갖고 줄기와 열매는 내가 가져야겠다고 했습니다.


뿌리가 잘못되면 줄기도 열매도 모두 죽게 되므로 가장 중요하니 네가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직은 책임감이 있고 강직하였으므로 당연히 자신이 맡을 일이라고 생각하여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정직은 뿌리가 있는 땅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무줄기와 사과를 갖게 된 거짓은 신이 났습니다. 매일 마을 사람들과 사과나무 그늘에서 열매를 따먹으며 놀았습니다.

정직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외롭게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배고픔은 정직도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정직은 사과나무뿌리를 조금씩 베어 먹었습니다. 그럴수록 줄기가 조금씩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울창하고 많은 사과가 열렸던 나무는 그만 허리가 두 동강이 나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밑에서 놀고, 쉬고, 낮잠을 자고, 사과를 따먹던 많은 마을사람들이 한꺼번에 나무에 깔려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칼럼니스트. 가정의학과 전문의 오 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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