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선긋기와 소묘 3개월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도선생은 소묘는 재미가 없으니
유화를 그려보자고 권유했다.
나는 얼떨결에 동의하고 유화를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
그림에 대해 잘 모르니 주도적이 될 수 없지.
냉정히 말해
그림 그리기에 투자한 순수 그린 시간은 이제 겨우 오십 시간 내외다.
하지만 소묘도 안 그리면 손이 무디어진다고 한
그 말이 생각나서
서재 구석에 있는 먹병을 그려보기로 했다.
지우개의 쓰라린 헌신과 사라짐. 새 지우개의 무모한 희생을 거듭하여
마침내 탄생한 모양!
형체도 어렵지만 명암은 더 어렵다.
보기가 매우 민망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시작하는 무엇이든 시간이 흐른 후 초보 때를 기억하기 위해 모아두기로 작정했기에 서툴지만 어쩔 수없다
먹병이 난해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이번에는 좀 쉬운 물체를 찾다가 근처 손아령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건 단순할 줄 알았는데 더 어렵다.
"하하 흐흐"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그릴 때는 몰랐는데 객관화시키니
마치 개뼈다귀 느낌이다.
얕봤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세상에 단순한 게 없다는 것 새삼 확인한 시간들이다.
고칠 시간이 없어 스캐치북을 덮어두고 학원을 간다.
유화 두 번째 시간.
소심해지고 더 작아지는 시간
신기하다
잘못 그려도 물감덧칠로서 살릴 수가 있다.
전공 아니라 배우지 않으면 몰랐을 신비로운 세계
잘 하진 못하지만 즐겁다.
"아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논어의 글귀가 떠오른다.
소소한 행복의 시간.
은퇴 이후의 새로운 여정 속의 재미를 찾았다.
못 그려도 굿굿하게 가리라
소심하고 마음 졸이지만
쾌감과 성장이 공존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