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해넘이 때쯤
작은 카페에서
아인슈페너 한 잔을 시킨다.
시샘하듯이
겨울 하루
선물 같은 봄의 온기가
갑자기
겨울바람으로 변한다.
아인슈페너를 아끼며
쉬엄쉬엄 마시는 사이에
어둠의 자락이 카페 바깥을 덮치고
어둠에 저항하는 내부 전열등이
눈부신 찬란한 옷을 입는다.
카페 안의 붉은 전등은
아늑하고 몽환적 분위기를 품고 있다.
어둠이 짙어지는 시간은
빛이 사라지기 때문이지.
어둠을 밝히는
인조한 가짜 빛을 좇아
우리는
우리의 전부를 노출시키지.
다시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시커면 커피 속에
붉은 전등 하나 덩그러니
라테처럼 그려져 있다.
한 모금 마셔보니
맛은 그대로이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자리를 뜨며 사라지면
남는 건
고요와 적요.
그 속에 남은
그 위선의 빛도
이내 어둠에 잠식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