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오진

by 애이미

학교를 퇴직한 후 아버지는 건강검진을 하셨다.

부산대학병원에서 검진 결과 췌장암이라 판정했다.

믿을 수 없었던 나는 동아대학교 병원에 다시 의뢰했다.

역시 췌장암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를 살리고 싶었다. 집안은 그리 넉넉하진 않으나 의료기술이 선진한 곳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싶어

지인들을 수소문한 끝에 서울 아산병원에 예약할 수 있었다.

애주가였던 아버지라 간이 문제일 것 같았는데 간은 다행히 건강하고 췌장 왼쪽이 문제라 하여 특실로 예약하여 입원을 하였다.


아산병원 특실에서 내다보이는 한강 주위와 잠실의 야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아버지의 병환만 아니라면 이 멋진 야경을 맘껏 누릴 수 있을 터인데ᆢ'

큰딸인 내가 올라와 아버지 입원 수속을 했고 그 당시 남편이 분당에 근무하고 있어 자잘한 일을 도왔다.

1주일 입원 동안 각종 검사를 하고 암판정 여부에 대해 기다리고 있을 때 난 직장을 휴직하고 아버지를 보살필 결심을 하고 있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병원 소요 경비는 얼마가 될지 몰랐지만 아버지가 받은 퇴직금은 아버지 치료 자금으로 쓰고 가시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냥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늘의 도움인가? 다행히 췌장암이 아니다.

십이지장에 거대한 크기로 기생충들이 뭉쳐 있어 그걸

췌장암이라 오진한 것이다.

다행이었다. 기생충제거약만 한 달분을 처방해 주면서 퇴원해도 된다는 것이다.


감사한 일이다. 민물고기나 생선회를 유난히 좋아하시는 분이라 기생충 덩어리를 췌장암으

잘못 판독한 것이라고,


지방의 대학병원과 서울의 병원이 삼십 년 차이 난다더니 서울 아산으로 모시지 않고 부산대학병원서 암수술 했더라면 생사람을 수술할 뻔?

아찔했다.

예순 삼세에 췌장암 판정 오진받은 후 아버지는 이십 오 년을 건강히 살다 가셨다.

명절 연휴 마지막날 아버지 생각이 나서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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