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재즈 클럽, 어둠을 뚫고 올라오는 숨결
웨스트 빌리지는 뉴욕 재즈 씬의 중심이다. 블루 노트, 빌리지 뱅가드, 스몰즈, 메즈로우 같은 유명 클럽들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 관광명소가 된 블루 노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클럽은 지하에 숨겨져 있다. 좌석은 불편하고, 다이닝에는 적합하지 않다. 지하철이 지나갈 때마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은, 재즈가 여전히 ‘언더그라운드’ 장르임을 실감케 한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로 비좁은 입구, 깊숙한 계단을 내려가면 처음엔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친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꿉꿉한 공기를 뚫고 솟아오르는 재즈 음악,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무대는 단상이랄 것도 없이 소박하지만, 앞자리는 연주자와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그들의 숨결과 피부결까지 생생히 느껴질 정도다. 이로 인해 관객은 공연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뮤지션들이 불어넣는 영혼의 숨결은 공간을 가득 채우다, 이내 찰나처럼 사라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내기도, 난색을 표하기도, 멸시 담긴 조소를 띠며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차가운 새벽이슬 뒤로, 아무렴 어떻냐는 듯 또다시 불꽃은 밤을 가르며 타오른다.
스몰즈는 주로 기악 중심의 공연을 선보이고, 메즈로우는 기악과 보컬 재즈가 조화를 이루며, 빌리지 뱅가드는 스타 뮤지션과 월요일 밤의 뱅가드 재즈 오케스트라로 유명하다. 이처럼 생동감 넘치는 공간에서 재즈의 진수를 경험하는 일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내 몸의 생경한 감각을 깨우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