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7)

아빠의 이름

by 정현


아빠.

오늘은 두 가지 큰일을 했어. 사실 큰일이라 생각 안 하고 시작했는데 너무 복잡한 일이었어요.

아침 일찍 서류를 준비해서 군청에 갔어요.

아빠 차를 동수 아저씨께 넘겨 드려야 해서.. 그런데 내게 소유권 이전을 하고 넘겨드려야 한다 해서 서류를 다 했더니 막판에 내가 해외체류자라서 안 된 단거야. 모든 서류를 다시... 엄마이름으로 하고 동수 아저씨와 그의 지인을 불러 이전을 했어요. 아침 아홉 시부터 두 시까지... 나는 군청 직원이라도 된 기분이었어요. 서류를 다시 작성하면서 아빠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번호를 몇 번이나 다시 쓰고, 그 덕에 아빠를 자꾸만 떠올렸던 오늘 이었어요.


오후에는 엄마를 데리고 농협에 갔어요. 엄마에게 현금 인출, 입금, 계좌이체 방법을 가르쳐줬어요. 늘 아빠가 했던 거.. 이제 엄마 스스로 해야 하니까.

엄마는 조금은 느리지만 곧 잘할 것 같아요.

조금씩 천천히. 엄마의 연습.


저녁에 한 카페에 가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만지며 놀았어요. 엄마는 강아지를 보며 소리 내어 웃었어요. 자주 울기만 하던 엄마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내 맘이 너무 좋은 거야. 엄마가 매일 웃고 지내면 좋겠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내일은 된장찌개를 끓이자 해서 마트에 호박을 사러 갔는데 마트 계산원 아줌마께 아빠의 포인트 번호를 불러주며 포인트로 계산해 달라 했더니 아빠와 상의가 된 거냐 묻는 거야. 난 잠시 멈칫하다가 “아빠가 돌아가셔서 상의를 못해요.”했더니 아줌마는 눈을 크게 뜨면서 입을 쩍 벌리는 거야. 왜 그러시냐 했더니 아빠가 마트 단골인데 믿을 수가 없다는 거야. 아줌마가 놀란 모습을 보고 ‘아, 아빠는 진짜 돌아가셨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집에 와서 영수증을 봤더니 포인트 차감이 안된 거야. 아줌마가 정말 놀란 탓이겠죠?


엄마가 아빠의 묘지에 가고 싶데요.

가서 막걸리 한잔 부어드리고 엉엉 울고 싶데요.

슬픔은 점점 멀어지고 기쁨 가득한 날이 되면 좋겠어요.

엄마는 일기를 쓰고 있고, 아침에는 요한복음 필사를 하기로 나와 약속했어요.

이건 내가 아부다비 생활에서 힘듦을 견뎌낸 방법이기도 해요. 무언가를 쓴다는 건 말하는 것 이상의 약효가 있더라고요.


아빠.

시간이 너무 빨리 가네요. 온갖 서류들에 아빠의 이름을 적고 또 적으며 아빠를 기리던 하루였어요. 우리는 잘 지낼게요.

또 만나요. 아빠!

엄마의 강아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