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존재
아빠.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아빠를 간간히 떠올리게 되는 날이 오겠죠? 난 요즘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아빠가 보고 싶어 져요. 아직도 믿을 수 없는 아빠의 부재. 언제쯤 현실로 와닿을까요.
똘이는 많이 컸어요. 아빠의 빈자리를 똘이가 채우는 건가 싶을 때가 있어요. 엄마는 똘이 덕분에 매일 웃어요. 이제는 똘이가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마는 똘이의 절친이 되었어요. 나는 똘이를 직접 보지 못했지만 곧 만날 거예요. 엄마는 때로 똘이가 사람보다 나을 때가 많다고 해요. 요즘 나는 그 말에 동의가 되어요. 똘이라는 강아지는 우리 가족에게 참 무해한 존재인 것 같아요. 늘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고 눈빛으로 말하는 것 같은 때도 있어요. 반면에 엄마 말처럼 똘이보다 못한 사람을 만날 때가 있어요. 가끔 그런 사람이 날 힘들게 할 땐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모두와 친구가 될 수는 없어요. 나를 보호해야 함을 느끼는 순간을 포착했어요. 애써 사랑을 주어도 나의 선의를 감당할만한 능력이 없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예수처럼 살아가겠노라 해놓고도 또 하나의 덫에 걸려 아파요.
똘이를 만나면 따뜻하게 안아줄 거예요. 같이 달리기도 하고 하이파이브도 하고 같이 잠도 잘 거예요. 나는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세상에, 그리고 이 세상 존재들에게 그저 무해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빠가 더 보고 싶어 지겠지요. 아직은 눈물이 나요. 추운 겨울날 아빠에게 놀러 갈게요. 곧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