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11)

하루를 잘 살아내기

by 정현

아빠. 나 귀국했어요. 한국에 온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 지난 아부다비 생활이 꿈만 같아요. 아이들은 다시 괘릉초등학교로 전학을 했고, 나도 마을로, 교회로 돌아와 잘 지내요. 아빠 떠나고 얻은 내 허리병은 좀처럼 낫질 않아요. 마음의 병도 그렇고요.


요즘은 하루치 삶을 살아요. 몸도 맘도 힘이 드는 때에는 주어진 하루만 알차게 살아보자는 다짐이 도움이 되기도 해요. 이번 주 내내 엄마와 같이 지내요. 내가 있는 경주에서...

엄마는 위장병이 났어요. 곁에서 살펴보니 아무래도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엄마와 나는 이렇게 늘 비슷한 시기에 함께 아파요. 신기하지요.


오늘은 수요예배에 가서 ’향심 기도‘에 관한 목사님의 이야길 들었어요. 목소리로 낭독하기도 했던 그 책. 읽고 나누고 실습하려고 해요.


한국에 돌아와 가장 마음을 두는 곳은 교회와 집이에요. 교회 공간에 머물면 마음이 좋아요. 지난주에는 날이 따뜻해 교회 텃밭을 자주 거닐었어요. 봄처럼 따뜻한 날씨에 흙은 녹아 포슬해졌어요. 사뿐사뿐 걸었어요. 추위를 견딘 파도 뽑고 작은 쓰레기들을 줍고, 예쁘게 마른 메리골드도 손바닥에 모았어요. 새소리, 염소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내 머리칼을 쓸어주는데 너무나 황홀했어요. 땅을 떠나 사는 삶을 이제 상상할 수 없어요. 흙과 가까이하지 않고 생명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될 순 없어요.

성문밖 텃밭. 모과. 나.


지난주 우리 만났지요 아빠. 그것도 두 번이나요.

엄마가 만든 모과차를 들고 아빠에게 갔고, 또 노랑꽃을 사들고 엄마와 아이들과 다시 아빠를 찾아갔어요. 엄마는 잠시 눈시울을 붉혔지만 은유의 춤사위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우리는 깔깔 웃다 집으로 왔어요. 꼭 아빠가 우리에게 “웃고 살아. 별거 아니야.”하시는 듯했어요.

봄이 되면 아빠에게 프리지어를 사들고 가고 싶어요. 그 곁에서 책도 보고 차도 마시며 시간 보내고 싶어요.


오늘 엄마와 침을 맞으러 갔어요. 엄마와 똑 닮은 체질이라며 침을 놔주셨어요. 얼굴, 체질뿐 아니라 마음도 깊이 연결된 엄마와 나. 내가 안 아파야 엄마도 안 아프겠죠? 몸도 마음도 튼튼한 제가 될게요. 날 위해 기도해 주세요. 저는 요즘 기도가 절실히 필요해요. 여차하면 넘어질 것 같은 날들이 많아요.


오늘은 많이 추워요. 하루치 삶을 잘 살아냈어요. 내일 또 해가 뜨면 조금 더 맑아져 있을 거예요. 그렇게 믿으려고요. 기도하고 잠들 거예요. 꿈에서 만나요. 아빠!

내가 좋아하는 노랑과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