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 Jul 28. 2023

아부다비에서 온 편지(1)

한국의 벗들에게


​아부다비에 온지 열흘이 지나고 있어요.

많이 뜨거운 날씨 입니다.  타는 듯한 날씨가 어떤건 지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어요. 한국은 무더운 한 여름, 여기 아부다비에서는 타들어가는 더위를 경험하게 되네요.

한국 여기저기에서 비 피해 소식이 있더라고요.  이제 장마라는 말 말고 ‘우기’라는 말을 쓰도록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던데... 기후위기의 시대를 몸소 느끼며 사는 우리들이네요.


  ​​저는 열흘동안.. 아부다비의 호텔에 머무르고 있어요.

이사는 이번주 토요일에 하게 되어요. 이사 들어가기 전 아이들과 함께 머무는 호텔에서 매일 같은 루틴으로 지내고 있지요.  보통 5시 40분쯤 해가 떠요. 저는 그 시간에 깨어있는 편이에요.  객실 발코니 앞은 페르시아만을 끼고 있는 해안가인데 아침 동트는 장면이 아름다워요.  한 시간 정도 발코니에서 책을 읽고 나면 온몸이 흠뻑 젖어요. 새벽 동트는 때 기온이 이미 30도를 넘거든요.

땀이 없는 저는 이곳에서 땀구멍이 다 열린 듯해요. 아침마다 사우나를 하네요~

샤워 후에 젖은 옷가지들을 세탁해요. 손빨래로...욕조 안에 들어가서 주물주물 옷을 빨아요. 그러고는 샤워.  20대 때부터 손빨래를 좋아했어요.  세탁기는 편리하긴 하지만 가끔 속옷이나 얇은 옷을 빨 때 묘하게 쾌감 같은 걸 느끼기도 하고, 또 빨래를 짤 때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호텔에서는 오전 11시까지 조식 뷔페를 이용할 수 있는데, 다양한 음식들 중 저는 거의 과일, 야채를 먹고요. 인도 카레와 난 등도 곁들이고, 종종 커피를 마시기도 해요.

한국 친구들이 "거기 음식은 입에 맞아?"라고 물어 오곤 하는데... 현지 음식이란 게 따로 없고 특히나 여긴 세계 각국 사람들이 다 모여 사는 도시라 다양한 음식들이 있답니다.

열대과일을 많이 먹어요. 열대과일이 많기도 하고 마트에 가보니 싸기도 하더라고요. 더운 나라여서 수분과 당보충에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여기에 와서 <요리를 멈추다>라는 책을 읽었어요. 세계를 누비며 깨달은 먹거리에 대한 진리. 책 한권을 통해 아부다비 생활의 시작에 대한 조금은 다른 느낌을 갖게 되었네요.


  ​정오가 넘어가면 태양은 이글이글 더 타오르는 것 같아요.

가장 뜨거운 때에 수영장에 가 있어요. 찬물에 수영하고, 크랜베리 주스와 물 등을 마시며 더위를 식힙니다. 오후에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때때로 글을 씁니다.

한국에 있을 때  '읽고, 쓰고, 나누기'순환을 늘 고민하였어요.  아부다비에 있는 동안에도 마음속에 늘 두고 꾸준히 실천하게 될 것 같아요.

박완서님의 일생을 통해서 특히 여성의 글쓰기와 치유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네요.

여기에 있는 동안 글쓰기 치유에 관한 개인적 경험들을 쌓아가려고 해요.


  ​아부다비에 몰에 가서 식사를 여러 번 한 적이 있어요.

식사 후에 치워주시는 분이 항상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쓰레기도 한 번에 모아  분리수거를 하는 분들이 따로 있고요.

아부다비의 집들은 거의 대형 평수인데, 집을 청소해 주는 분이 있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분도 따로 있다고 해요. (물론 선택적이고 돈을 지불해야 하는..)

부자 나라, 화려한 나라.  여기에서 보는 풍경이 참 낯설다 싶은 순간이 많아요.

저는 한국에, 경주에 있으면서 조금 더 낭비 없는 삶, 생태지향적인 삶, 더불어 사는 삶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중이었는데... ‘나는 지금 왜 이 나라에 와있을까?’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이내 ‘우연은 없는 거지?’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곤 한답니다.


​  한국의 지인들과 이따금씩 페이스타임, 구글밋, 스카이프 등으로 화상 통화를 해요.

통화하는 중간에 "우와, 정말 좋은 세상이야."하는 말이 절로 나와요.

한국에서 영상통화를 할 때에는 그저 별생각 없이 했었는데.. 열 시간을 비행기 타고 날아온 이 도시에서 한국 친구들과 통화하는 일은 정말 감격 그 자체 더라고요.

그러다 또 몸이 떨어져 지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감각이라는 걸 갖고 있는 존재들이죠. 영상통화 하는 중에 후각, 촉각 등은 지금 이 순간 느낄 수 없어요. 멀리 떨어진 지금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고 그러면서 보고 싶은 마음을 위로받는 느낌이라 할까요?

잠시 떨어져 지내며 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 그리움, 사랑이 더 두터워질 것 같아요.

한국에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들이 있었는데..  지금 제 곁에는 참 진실된 사람들이 남아있다 싶어요.  아부다비에 와 있는 한 친구는 '소모적인 관계'에 대해 저에게 하소연하더라고요.

나이가 들면서 저도 이제는 힘주어 이어가는 관계에 대해 소모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이제는 더 진실하고 애씀없는 자연스런 관계를 지향하게 되네요.


​  가끔 이렇게 홀로 있는 고요한 시간에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편지글을 쓰려고 해요.

첫 편지는 한국의 친구들이지만 또 모르죠.  아부다비 몰의 한 청소부에게 하고 싶은 말도 떠오르고, 어제 수영장에서 만난 흑인 아저씨도 떠오르네요.

부치지 못할 편지지만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해요. 거창하지만 평화와 사랑이라는 대주제 속에 편지든 글이든 써나가 보려고 합니다.​


  참, 저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해요. 공부를 하다 와야 했으나.. 그러질 못 했네요.

부딪히며 해 보려고 해요. 뭐 어려울 것도 없다 싶은 근자감(?) 같은 게 또 발동을 하네요.

이곳에서 새와 꽃을 유심히 찾아보았어요. 나무와 꽃이 많이 없더라고요. 이름 모를 새들은 목소리와 색도 우리나라 새들과 다른데 유심히 관찰하게 되어요.

새와 동물들은 육식을 하지 않는 사람을 알고 찾아온데요. 피 묻은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서슴없이 다가온다고 해요. 맑은 영혼을 알아보는 걸까요?

여기에 사는 새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달엔 맹그로브숲에 가보려고 해요.

  아부다비는 사막을 개척해서 만든 인공도시죠.

여기에서 어떤 것들을 보고 듣고 내 것으로 만들어 갈지.. 기대와 떨림이 있어요.

아부다비라는 도시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하며 투덜대던 저였는데.. 일단 왔으니, 저의 눈으로 이 도시를 그리고 사람들을 바라보고 기록해 볼게요.

모두 평안하세요.


그럼 다음 만날 때까지 안녕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