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왕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 왕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어느 날 큰손녀가 잠자리에 누어서 훌쩍이며 울먹였다.
"왜 그러니"하고 물었더니 왕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것이다.
곧이어 작은 손녀도 훌쩍이며 울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이들을 껴안고 누어 "나도 보고 싶어. 그런데, 왕할머니께서도 천국 좋은 곳에서 너희들이 잘 지내면서, 잘 자라고 있는지 내려다보고 계실 거야" 아이들을 다독이며 말하는 나도 눈물이 났다.
누군가를 이별하고 떠나보내야 하는 것.
그것도 사랑하는 엄마를 천국에 보내드리는 것.
마음이 저리고 슬프다. 그 슬픔은 어떤 말과 글로 표현해도 부족하다.
2017년 9월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셨다.
경미한 교통사고 치료 중 폐렴으로 중환자실로 옮기신 지 이틀 만에 돌아가셨다.
연세가 82세.
72세에 이야기 할머니 자격증을 취득하시고 교구를 손수 만드시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활동하셨다.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들을 잘하셔서 내가 어릴 때 나의 많은 겨울옷들을 양모사로 손뜨개를 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손녀들의 장난감도 손뜨개로 만들어 주셨다.
우리와 함께 6년을 사시고 큰 손녀가 6살, 작은 손녀가 3살 때 돌아가셨다.
증손녀들에게 이야기도 해주시고, 노래도 불러주시고 돌보아 주셨던 왕할머니를 아이들은 너무도 좋아했다.
왕할머니께서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증손녀들에게 장난감으로 주셨던 휴대폰으로 손녀들이
천국에 계신 왕할머니께 전화를 한다.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왕할머니께서 전화를 못 받으시나 봐....."
그러면서 큰 손녀는 이다음에 커서 과학자가 되어 천국과도 통화가 되는 휴대폰을 발명하겠다 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1달 정도 되었을 때 큰 손녀가 왕할머니를 그려주면서
"할머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왕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 보세요" 하는 6살짜리 손녀의 마음씀이 더 슬퍼서 울었다.
칠순이 된 나이에도 "엄마"하고 부르고 싶을 때가 많다.
엄마는 내가 90이 되었다고 해도 부르고 싶을 것 같다.
삶의 험난한 파도를 견뎌내도록, 바람 부는 언덕에서도 휘청거리지 않도록
기도해 주시고 언제나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엄마!
가을이 되면 더욱 엄마가 보고 싶고, 그립다.
이 글을 쓰며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증손녀들이 왕할머니와 함께한 사진들을 찾아서 보며
감사와 회한의 후회로 더욱 마음이 저려온다.
4대가 함께 살면서 알콩달콩, 시끌벅적, 그리고 배려와 따뜻함이 있었던 그 시간들이 만들어낸 추억들....
훗날 아이들이 성장하여도 왕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받았던 많은 사랑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