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방학이 되었어요. - 책으로 만든 오레오쿠키 먹기
방학이 가까워질 무렵 방과 후에 아이들이 접시를 찾았다.
" 동그란 시계만 한 크기의 접시를 주세요."
"접시로 무엇을 할 건데?"
" 방학 중 하루 계획표를 만들려고 해요."
아이들은 종이에 접시를 대고 동그라미를 그린다. 그리고 24시간을 표시하고 시간에 따라 줄을 긋는다.
작은 손녀는 언니가 하는 대로 옆에 앉아서 똑같은 모양으로 계획표를 그린다.
여름방학, 겨울방학이 되기 전에 반드시 의식처럼 하루의 계획표를 만든다.
계획표에는 일어나고 잠자는 시간, 식사와 간식시간, 독서시간, 공부와 학원, 운동, 게임시간, 티비시청과 휴식시간 등을 표시하여 계획표는 항상 화려하고 꽉 차게 짜여 있다.
예쁜 이모티콘과 함께 색도 칠하고 나름의 계획표에 만족해하며 방학중에 날마다 반드시 계획표대로 지낼 것을 다짐한다.
여름방학은 짧고, 여행도 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계획표대로 방학을 보낸다. 그런데, 겨울방학은 2달 정도로 방학기간이 길기 때문에 계획표대로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계획대로 못한 날 보다 계획표대로 실천한 날수가 훨씬 많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시절에는 방학이 되면 방학생활책, 그림 그리기, 일기 쓰기, 곤충채집, 식물채집 등 다양한 숙제가 많았던 기억이 있다. 방학 동안 숙제를 미루고 놀기만 하다 개학이 가까워지면 밀린 방학숙제를 하느라 밤늦게까지 끙끙대다 부모님께 꾸중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요즈음 초등 방학과제는 방학 중 생활수칙 지키기, 권장 도서 읽기, 독서록 쓰기 등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방학에는 독서습관을 키워주기 위한 독서나무 꾸미기가 있는데, 50개의 번호가 적힌 열매가 달린 나무에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한 개씩 칠하는 것이다.
읽은 책은 독서록 노트에 날짜, 책 제목과 저자, 출판사 등을 적고 독후감을 쓴다. 5~6학년이 되면 권장독서 목록과 함께 자율독서 과제가 부여된다.
최대 50권을 읽으려면 날마다 1~2권을 읽어야 독서나무를 완성할 수 있다.
얼마 전에 교육방송에서 방영한 다양한 연령층의 문해력에 대한 특집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아이들이 지금처럼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나누는 대화와 문장에만 길들여지고, 어휘를 사용한다면 더욱 문해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방학 동안 독서도 하고 문해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독서록 쓰기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다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이라는 책을 구입하고 읽어보았다.
책의 핵심내용은 O(opinion/의견 ), R(reason/이유 ), E(example/예시 ), O(offer/ opinion /제안, 결론)로 맵을 만들고 각각은 한 줄의 문장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O는 책에서 내가 선택한 주제이며, R은 O를 선택한 이유, E는 O와 R에 대한 예시나 설명, O는 내가 선택한 주제에 대한 결론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독서록을 쓰거나 어떤 내용에 대하여 글을 쓸 경우 매우 설득력 있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초등 2학년 4학년이었던 손녀들에게 이 방법을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적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읽은 책에 대한 독서록을 쓸 때 일주일에 1~2번 정도는 O-R-E-O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읽을 책은 책의 내용이 길지 않은 전래동화나 명작동화, 자연학습 동화 등에서 아이들이 선택하게 하였다.
O-R-E-O를 알기 쉽게 잘 설명해 주고 오레오 쿠키 먹듯이 맛있고 재미있게 해 보자고 하였다. 이러한 방법으로 독서록을 쓰는 날은 나도 함께 책도 읽고 아이들이 쓴 글에 대하여 검사하고 수정과 조언을 해주었다.
학기 중에는 어렵지만 방학 중 독서나무 열매 숙제가 있을 때까지 아이들과 "책으로 만든 오레오쿠키" 먹기를 할 수 있었다.
O-R-E-O 방법으로 독서록 쓰기는 그해의 여름방학, 겨울방학으로 끝이 나서 아쉬웠지만,
아이들이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쓸 때 자신이 느낀 점을 글로 잘 표현하여 쓸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