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배추꽃이 피었어요.
지난가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배추를 빈 화분들에 심어보고 싶었다.
남들은 좀 있으면 배추 수확을 한다는데 나는 10월 하순에 배추 모종을 사다 심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심은지 90일 후에 수확하는 90일 배추였다.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우리 집의 베란다에 꽃도 심고 토마토, 바질, 로즈마리, 민트 등을 심는다.
배추 모종을 심고 자라는 것을 보면서 재미있었다.
배추 키우기가 처음인 나는 소셜미디어를 찾아보면서 나의 배추가 일반 배추 밭의 배추와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즈음 배추인지 봄동인지 알 수 없는 모양으로 변해갔다. 배추가 벌어지지 않고 속이 찰 수 있게 묶어 주어야 하는데 묶어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확은 포기하고 8개의 화분 중 제일 작은 포기를 뽑아서 쌈으로 먹어 보려 했는데 질기고 맛이 없었다.
그럼 배추를 어떻게 하지?
겨울에 초록을 보는 용도로 키우기로 하였다.
2월 초쯤 남편이 배추를 보더니 꽃대가 올라온다고 하였다.
아니 아직도 봄동처럼 퍼져있고 포기가 오므라지지도 않았는데???.....
며칠이 지나니까 꽃대가 10센티쯤 올라오고 그 주변을 배추 잎이 보호장구처럼 오므리고 감싸고 있었다.
배추가 이제는 씨앗이라도 맺어 종족 번식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이 있더니 꽃대가 쑥쑥 올라오고 작은 꽃송이 다발이 생겨났다. 배추는 대표적인 십자화과 식물이라는데 꽃잎 4장이 삽자화임을 확인하였고 난생처음 배추꽃을 보았다.
배추꽃 사진을 공유한 손녀들과 가족들, 지인들이 신기해하면서 배추꽃으로 한바탕 즐거워하였다.
지금은 노란 꽃들이 유채꽃처럼 피었고, 향기도 제법 많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문을 열면 배추꽃 향이 반겨준다.
올가을에는 제 때에 배추를 심고 수확하여 김치를 담아볼 생각이다. 또 실패 하면 먹는 배추가 아닌 꽃을 보는 배추로 키우면 될 테니까....
식물을 키워보면 물을 주고, 햇볕만 잘 들게 해 주어도 식물들은 알아서 제 할 일들을 한다.
꽃을 피워야 할 때 꽃을 피워 눈과 기분을 즐겁게 해 주고 열매를 맺어야 할 때는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매를 맺는다.
우리 집 베란다는 지금 한창 식물들이 제 할 일 하느라 꽃을 피워낸다.
아프리칸 바이올렛, 군자란, 제라늄, 며칠 전 사다 놓은 수선화 그리고 배추꽃까지.
햇볕을 쬐며 차 한잔 들고 꽃들을 바라보며 중얼 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을 피워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