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맘의 행복한 삶의 이야기-#1.4대가 함께 살아요.

2. 우리 집의 규칙을 만들다

by 문영애

4대가 함께 아파트의 한 공간에서 불협화음 없이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며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끊임없이 이러한 질문들을 남편과 함께 나누면서 그 해법을 찾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였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드는 일, 나는 일 등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인데 그중 어느 것도 4대의 가족들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러한 일상의 일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어쩌면 우리네 살아가는 내용의 전부일 것이다. 각 가정마다 무엇에 중점을 두고 사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남편과 나는 우리 가정만의 원칙을 세우고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 노력하며 살자는 이야기를 가족들과 항상 나누었고 가장 합리적이며 공감대가 높은 방법을 선택하곤 하였다. 물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종종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 가정의 지켜야 할 규칙의 대 전제는 사랑과 배려에서 출발하였다.


첫 번째 - 공간배치

먼저 우리 집의 가장 큰 어른이신 왕할머니께는 작지만 따로 방을 만들어 드리고 좋아하시는 일을 하실 수 있게 책상과 컴퓨터 등을 놓아드렸다. 왕 할머니께서는 어린이 집에서 이야기 할머니로 일주일에 3번 정도 봉사를 하셨는데 이를 위해 동화책도 읽으시고 손수 교구도 만드시곤 하셨다. 다음으로 우리 부부는 안방을 쓰고 딸네 부부가 그다음 큰방을, 또 하나의 작은 방은 손녀들과 함께 내가 침실로 사용했다. 거실에는 소파 외에 다른 집기는 두지 않았고 대신 손녀들의 미끄럼틀, 장난감, 인디언 텐트 등이 자리를 잡았다.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앞뒤 베란다에 선반을 놓았고, 거실 정면 베란다는 아이들을 위하여 사시사철 꽃과 키 작은 나무를 키웠으며, 앞베란다의 측면공간은 사위의 취미인 목공을 위하여 자그마한 공간이 마련되었다.

부엌 쪽의 뒤베란다는 목공 하는 사위가 양쪽 벽면에 팬트리를 짜 넣어 식구 많은 우리 집의 식자재와 잡다한 살림도구들을 놓아둘 수 있었다. 냉장고 1대, 김치냉장고 2대를 사용하였고 그 외에 필요한 조리도구들을 부엌 한편에 놓인 3단 책꽂이 2개에 정리해 사용하였다.


두 번째 - 인사하기

우리 집의 아침 첫인사는 "굿모닝"이다. 웃으며 밝은 얼굴로 "굿모닝~~", "잘 잤어?" 이 짧은 인사는 온 가족의 하루 첫 시작을 알리는 말이 된다. 물론 왕할머니께는 "안녕히 주무셨어요?"라고 인사하지만 이 간단한 말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자기 전 저녁인사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가족들의 밤새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다.

우리 집은 외출과 귀가 시 인사를 해야 한다. 출근, 등교/등원, 외출 등 집을 나서고 들어올 때는 항상/언제나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고 " 잘 다녀왔어?, 수고했어"라고 집에 있는 가족은 인사한다. 가장 흔하고 평범한 인사말을 우리 집의 규칙으로 정한 이유는 인사하며 나누는 짧은 인사말이 인간관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상의 평범하고 단순한 대화들을 통하여 거창하게 예절교육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예절교육이 이루어지고 어른을 공경하게 된다.


세 번째 - 금전적인 문제는 솔직하게 말하기

실버맘으로 아이들을 돌보며 4대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것과 금전적인 문제이다. 식비, 주거비 등 일곱명의 식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은 둘이 살 때 보다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딸네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을 때 딸에게 생활비를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지 솔직하게 말하고 심층적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나의 지인은 딸네 가족과 합가 하게 되었다고 하니까 그럼 월세도 받으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기도 하였다.

딸아이와 의논 끝에 생활비를 적정 수준에서 부담하기로 결정하였고, 딸은 매월 봉투에 짧은 감사의 글과 함께 생활비를 넣어 내게 주었다. 나는 그 봉투를 버릴 수 없어 하나씩 모아 두었다. 그 짧은 글들을 보면서 마음의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갖기도 하였다. 합가 한 지 3년 즈음에 둘째 손녀가 태어났고 딸과 사위가 승진도 하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생활비도 그전보다 늘어나면서 내게 내놓는 생활비도 2배로 올려 주었다.

금전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는 솔직하게 말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해결방법을 찾게 되면 그로 인한 갈등은 적어지게 된다. 어쩌다 내가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면 사위는 예쁜 봉투에 여비를 넣어 잘 다녀오시라며 주곤 하였다. 딸은 가끔씩 옷과 신발, 핸드백을 선물한다. 자기 것 사면서 내 것도 샀다면서. 묶음 판매로 산 것도 나눠주곤 하면서 나의 실버맘 생활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곤 하였다. 금전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곤란하고 서운한 마음들을 덜어내는 방법은 솔직함과 의견조율에 있으며, 이를 통하여 각자의 경제적인 상황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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