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점점 불러오던 임신 후반기, 바쁘고 벅찬 가을 속에서 나를 붙들어준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잘 수 없어 거실에서 취침했던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저녁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더니 제법 쌀쌀해진 날들이 지나고 이젠 추위가 찾아온다. 여름은 5월부터 덥다, 6월도 덥다, 7,8월도 덥다덥다 인데 이 발빠른 가을의 계절 속에서 시간도 다채롭고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아이와 함께 잠을 청하던 매트를 거실에서 방으로 옮기고, 그 전에 방에 있던 주방놀이 등 각종 장난감을 거실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방 한 칸에 아이와 누워 자기 전 전화놀이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책도 읽다가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잠이 든다. 그리고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게 부른 배는 화장실을 찾고 졸린데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된다.
한번 깨면 바로 잠에 들지 않아 새벽마다 책을 손에 쥐고 왼쪽으로 누워 보다가 오른쪽으로 누워 보다가 스탠드를 옮겼다가 자는 아이를 한 번 봤다가 아이가 가끔 새벽에 쉬를 하면 바지를 갈아입히는 새벽녁이 되풀이됐다.
둘 째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 나의 배는 점점 볼록해지고 옆으로 누워도 배가 눌려 자세 잡기 어려운 날들이었다. 육아로 2키로가 빠져 43키로에서 시작한 체중은 57키로가 넘어갔고 임신 후반기에 다가오며 체력은 더 떨어져가고 자세변경시 허리까지 아파왔다.
내년부터 첫 째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국공립, 민간, 가정 어린이집까지 상담을 다니고 생각보다 빠른 12월부터 입소 확정을 하게 된 바쁜 날들이 이어졌다. 내 품에서 24시간 키우던 아이를 기관에 보낸다는 생각에 너무 아쉬워 하루 하루 더 애정 담아 즐겁게 보내려고 한 가을이었다.
은행잎이 떨어지고 놀이터와 한강공원을 찾다가도, 검사를 위해 산부인과와 보건소를 방문하다가도, 그 전후의 시간에 부지런히 도서관에 들려 새 책을 손에 쥐고 읽은 책을 반납했다.
새벽 속쓰림으로 1~3시경 잠에서 깨면 귤 하나라도 입에 까 넣으며 손에 읽다만 소설, 에세이를 들고 책장을 넘겼고, 가끔 아이가 일찍 자는 날이면 12시가 넘도록 책을 보다가 장난감을 치우다가를 반복했다.
도서관에 가면 수 많은 장서 가운데 내게 눈에 띄이고 내 손을 타게 하는 책들이 있다. 주로 800번대 문학 앞에서 기웃거리는 나지만 신간이 꽂힌 서가도 지나칠 수 없고, 문학이 아닌 책들은 보통 신간에서 많이 대여하게 된다.
굳이 임신이나 가족에 대한 책을 찾지 않아도 신기하게 내 대여목록에 들어오게 되는 책들도 있고, 과학 도서와 같이 내가 애써 검색하지 않으면 읽게 되지 않는 책들도 있고, 반납 기간 내 다 읽지 못할 것 같아 소장해서 천천히 보고 싶은 책들도 있다.
육아의 틈 사이에 내게 찾아온 선물같은 책들을 한권 한권 풀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