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과 보드게임 그리고 루돌프 안경

옛날의 나와 지금의 나

by 신의주

10.15 이후 집값 상승이 장난이 아니라

우리는 2~3주 남은 출산 전 내집마련을 위해

급히 매매를 알아보다가 하룻밤 사이에도 1.5억씩

올리는 집주인들의 마음에 널뛰기 당하다가

어제까지 나와 남편 둘 다 머리가 띵하도록 아파왔다.

8곳 봤고, 더 볼 후보지가 있었으나 1~2억을 더 올려받겠다는 말에 볼 수조차 없었고 아예 매물을 거둬들여 상황을 더 보겠다는 집도 있었다.

아직 전세 기간이 남았기에 출산 하고, 남편 사업이 풀려가는걸 보자고 했고 나는 어젯밤 꿈에서도 이사가며 짐 정리하는 꿈을 꿨다.

가볍게 살고싶다, 아이방과 내 방이 분리되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이사꿈을 우선 짐 정리하는 쪽으로 돌렸고, 당근에 이런저런 중고물품을 올리고 지금 나와 아이가 자는 방에 있는 남편 물건을 남편 침대가 있는 방으로 정리하는 등 바쁜 오전을 보냈다.


아이의 설사가 멎어가며 끓여준 닭죽도 두그릇 가까이 맛있게 먹고 나도 아이도 회복되어가서 정말 다행이다. 노로바이러스로 며칠을 고생한 아이가 안쓰러우면서도 나와 아이, 우리가족 모두를 위해 내 집마련을 얼른 하고싶다는 생각도 든다.


영하로 기온이 떨어졌으나 햇빛이 쨍쨍하여 따뜻한 집안을 만들어주니 문득 아이와 EVA 루돌프 안경을 만들다가 남아공에 여행갔던 몇 년전이 생각났다. 물가에 인접한 멋진 집들엔 누가살까 궁금해하며 그 때도 엄청 추웠는데, 케이프타운을 거닐며 여유롭게 산책하던 때가 왜 생각이 났을까. 만삭이 가까워지며 아이와 지내다보니 여행도 번거롭고 집이 최고다 싶다가도, 한번씩 오늘처럼 컨디션 좋은 날이면 또 여행가고싶다, 바람이 살랑 불어오듯 마음이 흔들린다.


짐 정리를 시작하니 그동안 많은 물건을 버리며 가볍게 지낸다고 생각했음에도 아직 버리지 못한 내가 애정하는 박스하나가 있었으니, 보드게임을 모아둔 상자와 게임칩이었다. 이제는 보드게임을 언제 또 할지 모르니 상자까지 해서 전부 정리를 하려고 꺼냈는데 무게가 상당했다.


안녕. 잘 가. 재밌게 즐기던 나의 취미생활.

아이의 사운드북과 각종 피규어, 장난감들과 함께 이제 나의 옛 취미도 보내주고, 20대의 여행은 나중에 아이크고 둘째도 좀 자라면 가족여행으로 함께 하겠지.

변화될 2026년이 기대되면서도 얼른 또 나의 옛 취미를 찾을 수 있는 때가 오길 기다린다.


아이와 함께 스티커처럼 붙이는 루돌프 안경을 마저 만들면서 아이가 있어 변화된 내 삶을 느끼며 변화될 내 삶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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