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
그럼, 엄마도 힘들지. 하지만 이 관계에 있어서 더 이상 미련은 없단다. 너만큼이나 정말 좋아했고, 진심으로 대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 엄마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이 관계에 최선을 다했다고. 그래서일까. 후회는 없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딸아. 어쩌면 엄마는 언젠가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돌이켜보면 그 아이가 수도 없이 너에게 상처를 남겼는데 어째서 그걸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 여러 차례 보고 겪었으면서도 그때마다 왜 그렇게 쉽게 용서를 했을까. 끊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이어 붙여 여기까지 왔을까.
그 아이 엄마와의 관계에서 위로받았던 경험 때문이었을까. 그 아이 엄마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생각했던 것일까. 엄마가 외로워서였을까. 아니면 뭐에 홀렸던 것일까. 이렇게 되어버린 데는 엄마의 잘못도 조금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구나. 너에게 미안해. 진심으로 미안해.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거야. 그건 바로 너였어. 엄마에겐 네가 제일 중요하고 소중해. 그래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너를 지켜야겠다고 다짐했지.
이 관계를 정리하면서 엄마도 힘들었어. 왜 안 힘들었겠니.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란다. 이제라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음에 감사하자. 사람 보는 눈이 생겼음을 다행이라 여기자. 어려운 일 겪었으니 우리 딸 그만큼 성장할 거야.
딸아. 혹시라도 너의 잘못은 아닐까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일은 절대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 자신을 좀 더 보듬어주렴. 사랑해 주렴. 넌 참 괜찮은 아이란다. 엄마는 네가 지금보다 더 단단하고 멋진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해.
잘된 일이야. 우리 축하하자.
그리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엄마는 언제나 너의 편이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