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족발에 대하여
맛있는 음식 하나에 꽂히면 주야장천 먹어대는 습관이 있다. 최근에 마음을 빼앗긴 음식은 족발이다. 7월 말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배달시켜 먹은 족발이 야들야들하면서 쫄깃한 게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그다음 주말에 집에 누워있는데, 그 족발이 눈앞에 아른 거렸다. 거리가 멀어서 배달해 먹을 수 없었기에, 집 근처 다른 가게에서 시켜 먹었다. 족발은 원래 맛있는 거였음을 알았다. 여기도 맛있었다. 행복하게 족발을 뜯었다. 그다음 주에도 또 다른 족발을 시도했다. 과연 맛있었다.
혼자 지내는 사람에게 배달 음식으로 족발은 사치였다. 토요일에 시켜서 일요일까지 먹어야 하는 게 기본 옵션이었다. 막국수라도 서비스로 받으면 과식에 소화불량으로 곤란해졌다. 돈도 많이 나갔다. 보다 경제적이고, 과하지 않게 족발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있었다. 배달의 세계에서 안 되는 것은 없었다. 족발을 먹기 좋게 1인분씩 포장해 놓은 냉동식품이 있었다.
오후에 시켰는데 새벽에 문 앞에 와있었다. 기쁘기도 하고, 그렇게 급한 건 아니었는데 밤새 포장과 배송을 했을 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별 것 아닌(아니 실은 별 것인) 음식을 배송하느라 깔끔한 박스를 한번 쓰고 버려야 하는 것에서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타인들의 노고와 희생에 보답하는 길은 배송된 족발을 맛있게 먹는 것, 이 길뿐이라는 듯. 족발 한팩을 뜯어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쫄깃쫄깃 야무지게 먹었다. 돼지야, 너도 고맙다.
병원을 다녀온 다음 날 저녁. 냉동실에 있던 마지막 족발 한팩을 뜯어 데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족발을 들여다봤다. 이 쫄깃한 것을, 이 콜라겐을 먹지 말라는 것인가. 그래도 되나...
나에게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제 의사 선생님께 들었던 고기 비계는 떼고 먹으라는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또한 야심 차게 시작한 콜레스테롤을 낮춰라 100일 프로젝트를 초반부터 망칠 수는 없었다. 가위를 들고 살코기만 발라냈다. 그리고 한 점 한 점 먹어갔다. 아, 비계와 껍데기를 뺀 것은 족발이 아니었다. 떼어낸 양은 삼분의 일도 안 되는데 맛이 반 이상으로 줄었다. 잘라놓은 껍데기로 가는 젓가락을 되돌려가며 퍽퍽한 살코기를 먹었다. 이쯤은 참을 수 있어야 으른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껍데기 무더기가 나를 비웃는 듯했다. 네 이놈! 벌을 내리리라. 하나를 집어 들어 잘근잘근 씹었다. 맛있었다.
족발의 본질은 껍데기에 있다. 족발이 새삼스러웠다. 콜레스테롤 낮추기 프로젝트는 나의 족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