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처럼 엄마에게 가겠다.
11월 27일, 새벽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부른 배를 안고 잠에서 깨어났을 땐,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시간이었다.
몸을 일으키자 익숙한 무게감이, 오늘도 아무 일 없이 하루가 시작될 거라 말하는 듯했다.
근데 평소처럼 기상 후 화장실에 앉은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무언가가 ‘주르륵’ 하고 흘러내렸다.
잠시 멈칫했다.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 ‘괜찮을 거야’라는 습관적인 안도감이 덮어버렸다.
'이쯤 되면 원래 분비물이 많아지는 시기잖아.' 그렇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흐름은 색을 달리했다.
분홍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장이 잠깐 멎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오늘, 정말 그날일까?
통키가 나올지도 모른다.
출산 가방은 이미 준비돼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옷을 챙겨 입고, 창밖을 흘끗 봤다.
하얀 눈이 소리 없이 세상을 덮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 눈발은 점점 거세졌다.
"다행이다."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병원으로 향했다.
지금 가는 게 더 많은 눈이 내린 뒤 가는 것보다 나았다.
그리고 통키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했다.
엄마를 꼭 닮은 건지,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 건지
주수를 채우기도 전에, 자기가 지내던 따뜻한 집의 물을 스스로 빼내기 시작했다.
분만실 앞에 섰을 땐 정신이 아득했다.
처음 계획했던 자연분만을 위해 유도제를 맞았지만, 진통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잠깐은 기묘한 평온이었다.
‘이런 게 출산이면 할 만하네?’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 무렵,
"흥! 속았지?"
진통이 찾아왔다.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듯 시작되더니,
곧 모든 걸 덮쳐왔다.
창밖의 눈발이 다시 거세졌다.
진통도 마치 그 눈처럼, 몰아쳤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시간이 흐르고, 고통은 점점 뚜렷해졌다.
몸 안의 시계가 맞춰진 듯, 통키는 끈질기게 신호를 보냈다.
6시간.
그 시간 동안 나는 숨을 삼키고, 이를 악물며 버텼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의료진의 표정이 달라졌다.
"자연분만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아, 이 말만은 듣고 싶지 않았는데.
유도제를 멈추고, 내일 다시 시도하자고 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내일이 와도, 상황은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결국, 결정을 내렸다.
제왕절개.
그 선택 끝에, 통키는 태어났다.
밖은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17년 만의 폭설이라 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 그 날,
작고 따뜻한 존재가 내 품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