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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Sep 20. 2022

여보, 우리 둘째 가질까?

n인 가구, 미지수 n을 정하려면

세상에는 가정을 꾸리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혼자 살면 1인 가구. 다른 누군가와 결혼, 동거 등의 방법으로 2인 가구를 만들 수도 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선택지가 또다시 생긴다. 아이를 가질 것인지, 가지지 않을 것인지. 나이, 경제적 여건, 건강, 개인의 가치관 등의 이유로 아이를 가질 것인지 결정하고, 만약 아이를 가지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마지막 선택지가 남는다. 그래서, 몇 명이나?


요즘 세 살배기 우리 딸도 숫자를 열까지는 곧잘 센다. 하나아, 두울, 세엣... 아호옵, 열~! 하지만 아이를 몇이나 가질 것인지에 대한 답변은 그렇게 쉽게 '숫자 하나'로 대답할 수 없다. 사람 한 명이 늘고 줄고에 따라 가족 구성원들의 인생이 통째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동이었던 아이는 누군가의 누나로서, 언니로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고 오로지 자신의 세계라고 믿었던 부모의 품을 누군가와 나눠 써야 한다. 부모 또한 마찬가지다. 몇 년 동안 아기 하나를 사람으로 만들어놨더니(아직 미완성인데) 하나 더 낳아서 키우라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몇 배는 힘든 몇 년을, 또는 몇십 년을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한 명 더 가지고자 결심하는 이유는 집마다 제각각 다를 것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 가장 큰 이유는 '아이를 위해서' 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가 늙고 병들었을 때, 의지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서' 이다. 어린이, 청소년기를 형제자매 없이 혼자 보내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혼자라서 심심하거나 형제자매가 있는 다른 친구가 부러울 수도 있다고 하지만 놀아주는 거야 아빠 엄마가 놀아주면 되고, 충분히 부럽지 않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 아이가 중요한 문제를 상의하거나 부모 부양 문제를 가지고 고민할 때 혼자서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신경이 쓰인다.


물론 배우자가 그런 역할을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딸이 결혼을 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결혼을 한다 해도 형제자매와 부모 부양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랑 배우자랑 논의하는 것은 의지의 정도가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한 명이 더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얼마 전 대학 선배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그 선배는 당시 와이프분이 쌍둥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내 이야기를 듣고 선배는 이의를 제기했다. "난 내 친누나한테 그만큼 의지가 안 되는데?" 그렇다. 역시 케바케,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인 것이었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형제자매끼리 딱히 의지가 안 되는, 또는 없어도 무방한 형제자매 관계도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와 와이프가 생각한, 둘째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합리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아마도 와이프는 여동생과, 나는 형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4인 가족'을 지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몇이나 가질지 고민할 것이다. 고 해야 할지, 스톱 해야 할지. 귀여운 아기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족 구성원이 많아서 북적대는 집안 모습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자녀 없이 조용히 부부끼리의 시간을 오래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고, 보다 자유로운 혼자만의 삶을 지향하거나 혈육이 아닌 누군가와 생활을 공유하며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n인 가구의 미지수 n을 확정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인 것이다. 오늘도 우리 부부처럼 미지수 n을 정하기 위해 고민중인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그 'n'을 정말로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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