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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Sep 22. 2022

장애인 구분모집을 아시나요?

왜 따로 뽑을까?

9급,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 보았을 생각. 나도 '장애인 구분모집'으로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경쟁률도 낮고, 무엇보다 커트라인도 훨씬 낮네. 내가 저거로 지원하면 지금 모의고사 점수로도 바로 합격인데.'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만큼 장애인 구분모집으로 모집하는 공무원 시험 경쟁률과 커트라인은 낮다. 비장애인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점수로 합격선을 넘을 수 있다. 왜 그렇게 경쟁률이, 합격컷이 낮을까? 왜 따로 뽑는 걸까?


세상은 비장애인들로만 이루어져있지 않다. 대한민국에는 수백만 명의 장애인이 있고, 이들도 모두 사회의 일원이다. 굳이 장애인들을 배려해줘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서는 소수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성별, 나이, 경제적 여건, 학력 등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부분 말고도 세상엔 차별받을 수 있는 요소가 무한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공무원 시험 준비 과정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따로 구분모집해야 하는 것이 맞다. 이건 사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사기업도 그래서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경쟁의 출발선과 도착선을 조정해 주어야 '공정한' 경쟁이 되니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단순하다. 객관식 필기 시험 열심히 준비하고 합격하면 면접 준비해서 붙으면 끝이다. 단순하지만 엄청난 경쟁률을 뚫기 위해서는 몇 개월에서 몇 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비장애인의 경우, 출발점부터 다르다. 비장애인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하는 20~30대가 되기 전까지 학교에서 정규 교육 또는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으면서 여러 시험 준비와 공부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 시험과 맞물리는 과목들이 있고 기본적인 지식을 쌓아가게 된다. 공무원 시험 이전에 기초를 깔아놓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를 가지고 학교에 입학하거나, 학교에 다니면서 장애가 심해지는 경우 이렇게 기초를 다지는 과정부터가 순탄치 않다. 머리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학습의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경우 인터넷 강의를 들어도 강사가 칠판에 판서한 내용을 보려면 화면을 확대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영상을 멈추고 화면을 확대하면 같은 강의를 다 듣는 데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피로도도 커진다. 장애인이 학습하는 과정은 그렇게 비장애인보다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초등학교~고등학교의 12년 동안 생기는 학습의 격차는 공무원 시험 준비 단계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온라인 강의가 오프라인 강의보다 주가 되었지만 그래도 장애인이 강의를 들으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나의 경우 독서확대기로 교재를 읽고 문제를 풀었는데, 문제지에 정답을 체크하고 채점을 하는 과정마저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른 사람이 하루에 강의를 4~5개씩 들을 때 2~3개만 들어도 피곤해서 낮잠을 꼭 자면서 공부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따로 경쟁을 한다는 점에 동의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한번 해보시라고. 신체적, 정신적 페널티를 가지고 비장애인과 경쟁한다는 것은 보이지는 않아도 굉장히 큰 노력이 전제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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