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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Nov 04. 2022

당신의 직장 상사는 안녕하신가요? (2)

직장 상사랑 싸운 후기

사건은 어제 발생했다. 발단은 평범했다. 내가 하지 않은 것(내 책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일)을 가지고 나의 직장 상사인 명희 씨(가명)가 내 탓을 했고, 나는 평소에도 느껴 왔던 그의 '내 책임은 1도 없다'라는 태도에 기분이 상해서 과거에 그의 잘못으로 일어났지만 그가 책임지지 않은 일을 추궁했다. 결국 함께 지낸 1년 4개월 간 쌓였던 일들을 서로 토해냈고 (말)싸움은 지저분하게 끝이 났다. 그 뒤 퇴근 전까지 우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늘 쓰려는 이야기는 나와 그 사이의 싸움의 원인이나 그간 쌓였던 감정 이야기가 아니라, 직장에서 상사와 싸우면 어떤 기분인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스로 자문자답 인터뷰를 해보았다.


Q. 직장 상사랑 싸우면 어떤 기분인가요?

A. 원래 싸우려고 작정했던 건 아니라 처음엔 좀 흥분되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는데, 막상 지금까지 쌓였던 것을 직접 이야기하고 나니까 속이 후련했어요. 그리고 나보다 윗사람한테 대들었다는 불안감과 자부심(?)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후 시간 내내 서로 말을 안 했더니 불편하긴 하더라고요. 한 공간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직장 생활인지라 싸우고도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게 최대 단점인 것 같아요.


Q. 퇴근하고 나서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A. 굉장히 찝찝했어요. 사실 퇴근 직전에 죄송하다고,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고 말을 하고 나왔거든요? 그런데 "내가 아직 기분이 안 좋아서 뭐라 말을 못 하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나왔는데 어쨌든 사과를 안 받아줬으니까 싸움이 끝난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집에 가서도, 다음 날 출근할 때까지도 자꾸 싸운 게 생각나고 '내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그래서 오늘 출근하고 나니 어떠신가요?

A. 한숨 푹 자고 일어났고, 출근하면서 단골 카페 사장님한테 위로도 받고 다른 동료 직원에게 제 입장을 공감받으니 괜찮아졌습니다. 확실히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직장에서만 완전히 풀 수 있는 것 같아요.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직장 동료가 제 이야기를 들어주니 마음속 앙금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Q. 그래서 앞으로도 또 싸울 건가요?

A. 글쎄요, 또 감정이 쌓이면 싸우겠죠. 일단 내년이 되어 인사발령으로 서로 떨어지게 되길 기원할 따름입니다. 그때까지는 최대한 조용히 기분 맞추면서 살려고 합니다.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도 직장 상사니까, 제 필요에 의해서라도 기분을 맞춰 주는 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결재는 받아야 제가 일을 하지 않겠어요?



저번에 어떤 브런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은 '왜 우리 팀장님은 별로고, 다른 팀장님은 좋아 보일까?'였다. 심하게 공감하면서 읽었었는데, 정말 맞는 말 같다. 물론 브런치 글의 내용은 인간 자체가 아닌 직장에서의 위치(포지션) 때문에 자신의 팀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그냥 인간이 별로라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직장 생활의 장점은 그 사람과 일로서 만나지 않으면 영원히 만날 일이 없다는 점이다. 물로 반대로 일적으로 엮여 있으면 매일 얼굴을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렇게 정신승리와 합리화를 반복하며 나는 오늘도 가지 않는 시계를 바라보며 자판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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