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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Mar 28. 2023

그것은 지원도 보상도 장려도 아니다

저출산 정책, '생각'하고 만드신 건가요?

2022년 기준,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이 0.59명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도 낮지만,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인 서울에서의 출산율이 저 정도라는 것은 전 국가적으로 결혼도, 출산도 대부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 주변의 30대 중반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을 보면, 반 정도가 결혼을 했고 그중에서 반 정도가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반 정도가 둘째 생각이 있고 그들 중 반 정도가 실제로 둘째를 낳는 것 같다. 통계적으로 오차가 많겠지만, 30대 중반의 직장인들이라면 주변에서 비슷한 분포를 발견하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아이를 주변에서 보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아이를 낳으면 '애국'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국가적으로 인구 감소는 크나큰 문제이기에 한국은 꽤 예전부터 저출산 정책을 고심해 왔다. 특히 근래 들어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는 제도, 장려하는 제도들이 매년 새롭게 나타나고 강화되고 있다. 3년 전, 첫째가 태어났을 때에는 지자체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기도 했고, 양육수당 20만 원과 아동수당 10만 원 등등 지원금이 있었다. 올해에는 더 나아가 양육수당도 만 0세에 100만 원, 직장에서도 출산축하금으로 복지포인트를 수백만 원 준다고 한다. '지원금'은 점점 커져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얼마 전, 어떤 당에서 '아이 셋 낳으면 아빠 군대 면제'라는 저출산 정책이 언급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언뜻 보면 그럴싸한 제도...가 아니라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이런 것을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출산에 대한 시선과 인식을 나타내는 듯하다. 우선 대상자가 거의 없다. 20대에 아이 셋을 가진, 그것도 군 미필인(설마 일부러 와이프가 아이 셋 낳을 때까지 입대를 미루라고? "여보, 빨리 임신해. 나 영장 날아왔어!")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 실효성도 없다. 군 면제받으면 20대에 아이 셋 가진 부부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상태일까? 30대에 맞벌이 부부인 우리 집도 아이 둘 키울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일단 낳고 보라는 무책임한 제도다.


와이프가 며칠 전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이 글을 올렸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 낳으면 100일 동안 산후도우미 지원해 주는 제도 있으면 좋겠다는 글이었다.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 '오!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왜 군대 면제에 비해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그것은 바로 대상자도, 실효성도 있는 제도이면서 실제로 부모의 부담을 덜어 주는 제도였기 때문이다. 어느 가정이나 출산 직후에 가사와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 눈에 보이는 현금 지원을 늘리는 것보다는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 손을 대는 것이 저출산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신경 쓰면 좋겠다. 와이프에게서 들은 이야기 중에는 이런 아이디어도 있었다. '남성 육아휴직 1년 의무'. 육아의 불균형은 99%가 남자보다 여자 쪽에서 불리하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을 강제한다면 아빠들의 육아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로 여성이 임신하고 나서는 명확한 사유 없이는 일정 기간 해고하지 못하게 하는 법은 어떨까? 여러 가지 예외 사항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회사에서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을 뽑을 때 생기는 불균형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ex. 육아휴직 1년 써야 하는 남성 직원 뽑기 vs 임신 후 3년 간 해고 불가능한 여성 직원 뽑기)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 뿐, 실제로 제도로 정비되고 정책이 마련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 무심코 던지는 말속에서, 그 사람의 진심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저출산 정책을 고민하는 정책 입안자들은 제발, 제발 실제 출산, 육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책을 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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