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선배가 갖춰야 할 미덕은?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임

by 이우재

직장 생활을 만 8년 반 정도 해 보니, 이제는 직장에서 나보다 윗사람도 많지만 아랫사람도 많아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로 비유하면 무릎보다는 높이 온 것 같고 허리보단 조금 덜 온 것 같으니 조직의 '허벅지'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정도 위치가 되어 보니, 발과 종아리와 무릎이 어떤 처지인지 알겠고 허리부터 머리 끝까지는 대략 어떤 사정인지 알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선배가 갖춰야 할 미덕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회 초년생일 때에는 이상한 선배들을 보면 '난 저러지 말아야지.' '난 저렇게 나이 들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군대에서도 후임들에게 부조리를 행하는 선임들을 보면서 '난 저런 선임이 되지 말아야지.' '난 저런 부조리는 다 없애 버려야지.' 생각했던 것처럼. 그래서 조직에서 새로운 부조리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저런 악습을 없애겠다, 적어도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품으며 한해 한해를 지내왔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 딱지를 떼고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해 어느 정도 현실을 파악했을 때부터는 '부조리를 모두 없애겠다.', '조직을 바꿔나가겠다.'와 같은 생각은 차츰 사라졌다. 내 몸, 내 가족 하나 건사하는 것만 해도 벅찼거ㅗ 무엇보다 어디를 가도 이상한 선배, 이상한 악습이 남아 있었다. 존경할만한 선배나 롤 모델을 찾지 못한 것도 한몫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느덧 7년 정도 일했을 때 현재 직장 상사를 만났다.


그 직장 상사는 은퇴를 앞둔, 나이 지긋한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나보다 스물 다섯 살 정도는 많으신 분이신데, 같이 일하면서 직장 상사로서, 선배로서, 어른으로서 어떤 점을 배워야 하는지 깨달은 바가 있었다. 글로 요약해보자면 몇 가지 포인트가 있었는데, 가장 큰 부분은 '역지사지'가 되는 선배라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어 하루에 2시간씩 육아시간을 사용하고, 갑작스럽게 연가/조퇴를 써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하지만 상사는 나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 '한 번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사족을 달거나, 핀잔을 준 적이 없다. 오히려 나보고 '당연히 써야 하는 거야.'라고 말까지 해주신다.


그 상사도 상당히 가정적이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돌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직장에서 본 이상한 선배들도 다들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사가 나에게 이해와 배려를 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직장에서 처음으로 '나도 나이 들면 저런 선배가 되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선배였다.


후배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선배. 후배들의 눈치를 보고 친절과 배려를 행하는 선배.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배. 지갑은 열고 입은 닫는 선배. 사실 모두 상대방의 입장을 자신의 입장처럼 생각할 줄 알아야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에 나도 25년 후에는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모든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서 지금부터 후배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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