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과 12월 말에 부는 매서운 바람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앞으로 최소 6개월에서 1년 간 삶의 질을 알려줄 수 있다면 믿겠는가?
공무원 사회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하루 최소 9시간, 출퇴근까지 합하며 10시간 이상 머무르게 되는 집 바깥의 세상은 근무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각자에게 비춰진다.
직장 생활이 고단하면 그만큼 어두운 하루하루가 되고
평안한 직장 생활이 계속된다면 보다 안정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것이다.
직장인 대부분에게 묻는다면 직장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사람'일 것이다.
도서관 또한 그렇다. 외부에서 오는 이용자도 물론 하루의 일상에 크고 작은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다른 직원들과 맞부딪히면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가장 클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 세계에서는 매년 1월과 7월이 되면 인사발령이 난다.
내 자리도 바뀌고, 주변 사람들의 자리도 바뀌는 것이다.
도서관의 경우 주기적으로 외부 인사발령과 내부 인사발령이 난다.
외부 인사발령은 다른 도서관으로 옮기는 것인데, 한 도서관에 최소 2년 있어야 하고 최대 3년까지 있을 수 있다.
만약 집에서 멀고 근무 여건도 좋지 않은 곳에 발령이 난다면 최소 2년 동안은 고생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부 인사발령은 기관 내에서 자리가 정해지는 것인데
짧으면 6개월, 길면 2~3년까지도 한 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업무는 자리마다 천차만별이다.
업무의 카테고리는 일하는 장소에 따라 자료실과 사무실로 나뉜다.
자료실은 이용 연령대와 자료 주제별로 다양하게 나뉘고
그에 따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이용자들의 모습도 달라진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독서회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도 대상이 다양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무실에서도 기획팀과 수서정리팀으로 나뉘어 각자가 맡는 업무가 다르고
팀장, 팀원의 구성에 따라 지옥같은 1년이 될지, 덜 지옥같은 1년이 될지가 정해진다.
문제는 상급자들이 생각하는 인사 구성과 당사자들이 생각하는 인사 구성의 모습이 딴판이라는 것이다.
자료실 업무가 잘 맞고 문제 없이 잘 해내고 있었다 할지라도
다른 자료실이나 사무실에서 마땅히 일할 사람이 없으면 끌려(?) 가는 식이다.
당연히 다 핑계는 있다.
"저연차 직원이니까 다양한 업무를 맡아 봐야지~"
"oo씨는 승진했으니까 더 비중 있는 업무를 맡아야지."
"승진 준비하려면 실적 필요하니까 이런 업무를 더 맡아도 좋을 거야."
위와 같은 관리자들의 변명 같은 이유들이 그 예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사람 또한 한 곳에 정체되어 있으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반대로 매년 맡는 업무가 달라진다면 전문성이 생길 수가 없다.
전년도에 경험한 것을 토대로 개선사항을 반영하여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1년 이상이 걸린다.
이전 담당자가 했던 것을 답습해야 하는 업무 1년차 때에 담당자가 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관리자들의 욕심일 뿐이다.
의견 제시의 기회도 주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로 이루어지는 직장 근무 환경의 변화는
정말 칼바람과 같이 갑작스럽게 와서 개인의 일상에 큰 상처를 남기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