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셋째라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by 이우재

어제 낮에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그 날이 3일이나 지났는데... 안 한다는 것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머릿속이 하얘졌다가 깜깜해졌다. '뭐? 셋째라고?



나는 지금 6살, 3살(22개월)짜리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리가 없지만 그만큼 예쁘고 귀엽게 크고 있다. 첫째는 유치원에, 둘째는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와이프와 맞벌이로 한 푼 두 푼 모으며 살고 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빈곤하지는 않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셋째라고?


물론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너무너무 귀여워하기 때문에, 셋째가 생긴다고 해서 끔찍이도 싫거나 절대 반대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둘 사이에 생명이 탄생하는데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죄책감이 무의식에 있기도 하지만, 그걸 배제하고도 우리의 모습을 닮은 아이들이 예쁘기만 하다.


하지만 육아는 별개의 이야기다. 나는 대부분의 MZ세대 부부들이 아이들을 안 예뻐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좋은 미래를 만들어주고 싶어서(그런데 그게 너무 어려워서) 아이를 안(못) 낳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육아는 이제 고려할 것도 너무 많고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부분이다. 당장 셋째가 생긴다고 생각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돈... 돈은 어떡하지.'였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에 몇 억이 든다, 이런 장기적인 관념에서 말고 당장 다음 달 월급에서 주택 대출금, 유치원비, 생활비 등등을 빼면 예적금에 넣을 돈도 없다. 점심에 한솥도시락을 사 먹고, KFC 할인 메뉴를 사 먹어서 7천원 이하로 식대를 줄여 봐도 살림은 늘 빠듯하기만 하다. 그런데 세엣째??? 아무리 출산지원금에 첫만남바우처에 육아휴직수당이니 뭐니 해도 당장 산후조리원비 걱정에 숨이 턱 막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셋째가 아니었다. 오늘 아침에 테스트기를 보고 우리는 안심했다. 와이프는 조금 아쉽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난 아쉽지 않았다. 이미 시뮬레이션을 세 번 정도 돌려 본 결과 우리 집 형편에 셋째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장 부수입을 고민해야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물론 정말로 생겼으면 머릿속이 걱정으로 가득할지언정 아이 셋을 보는 즐거움도 컸을 것이다. 우리는 첫째, 둘째가 딸이라 셋째가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 없기도 하고(첫째, 둘째가 아들이었으면 성별 부분에서도 엄청난 고민이 될 것이다) 각각 세 살 터울씩 나기 때문에 아이들끼리도 잘 지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둘이라 다행이다. 셋은 정말 웬만한 각오가 없는 한,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24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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