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뭐가 좋아요?

결혼 9년차 30대 남성의 리뷰

by 이우재

오늘 점심을 먹고 나서 동료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군가 내게 물었다. "결혼하면 좋은 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 볼 때 놓치거나 모르는 부분 있으면 물어볼 수 있는 거요."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하고 나서 덧붙였다. "우리 집 음식 말고 남의 집 음식도 먹어볼 수 있어요. 친정 쪽 음식이나 친정의 친척이나 지인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어볼 수도 있어요. 미각 경험의 폭이 넓어진답니다." 생각 난 대로 말한 건데 말하다 보니 그럴싸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에게 질문을 던진 직원(기혼 여성)은 조금 뒤 자신이 생각한 장점을 말했다. "혼자서는 어차피 10년을 모아도 돈이 안 모이는데 결혼하고 나면 돈 모으기가 좋아요." 그 말을 듣고 나도 맞장구쳤다. "맞아요. 사실 저도 그게 먼저 떠올랐는데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어요."



결혼을 해서 좋은 점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물론 그 반대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첫 번째에 말했던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내용을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항상 곁에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게 뭐가 가장 큰 장점이냐고 하겠지만, 이 말의 함축적인 의미를 확대해서 해석하면

'언제나 편하게 말을 걸 수 있는 사람',

'내가 필요로 할 때 도움이 되는, 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같은 컨텐츠(사람, 풍경, 뉴스, 영상 등등)를 보고 취향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정서적,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나와 함께 산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댄 이유도 비중이 작지 않다. '다른 집 음식을 먹어 보는 경험'은 별 거 아닌 듯해 보이지만서도 돈 주고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기도 하다. 이것도 확대 해석해 보면 '나와 혈육이 아니지만 가족으로 대해야 하고, 날 가족으로 대해 주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장점보다는 단점(특히 여자 쪽에서)이 많다고 느끼겠지만 장점도 확실히 있다. 누군가가 나를 가족으로 대해 준다는 것은 정말,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이라도(오히려 부유한 사람일수록)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도 대부분의 기혼자들이 공감하는 이유다. '결혼을 해야 돈이 모인다'라는 말은 부부가 각자 생활하다가 공동 생활을 하게 되면서 늘어나는 비용보다는 절감되는 비용이 커서 성립되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돈이 모이는 것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부부의 경제적 공유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도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 많은 부부가 있고 어느 집도 정답은 아니다. 부부 간에 소득 격차가 클수도 있고 때로는 외벌이의 경우 한쪽에 경제력이 치중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자의 수입과 지출을 완전히 숨기거나 공동 비용의 지출 주체가 모호하다면 저축에 대해서도 충분한 금액이 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든, 저축이든 부부가 함께 고민하고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가야 전체적인 금액이 늘어날텐데, 각자가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위해 감추다가는 새 집으로 이사를 간다든지 차를 산다든지 하는 장기적인 인생 계획에 있어서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고 소득도 비슷하다. 그리고 장기적인 가정의 미래 계획에 대해서 동의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각자의 수입을 생활비로 한데 모아 그 돈 중 일부를 각자 용돈으로 받고 나머지는 공동 경비와 저축에 사용한다. 보너스도, 상여금도 남김없이 모은다. 그렇게 하고 나면 우리 가족이 한 달에 얼마 버는지, 얼마를 쓰는지, 얼마가 남고 얼마를 저축에 사용할 수 있을지 잘 보인다. 물론 사적인 영역에서 용돈 외에 추가로 돈을 사용할 때도 있다. 하지만 단위가 크다면 결코 감추거나 숨기지 않는다. 서로의 신뢰가 관련된 일이고 우리 가정의 행복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와이프에게 내가 했던 대답을 들려 주니 웃었다. 다행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중간 중간 물어봐도 많이 귀찮지는 않았나보다. 그리고 나처럼 남의 집 음식 먹어 보는 걸 좋아하는 와이프는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나의 하나뿐인 배우자이다.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 사람과 함께 산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결혼하면 뭐가 좋아요?' 질문의 진짜 마지막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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