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동료 직원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다.
"만약에 자식이 사서 하겠다고 하면 추천해 줄 건가요?"
처음에는 '굳이?'라는 생각이었다.
사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공무원이라는 '직'과 사서라는 '업'으로 구분된다.
공무원은 신분이며 공무원 신분으로 보장받는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다.
정년이라든가, 연금이라든가, 이 모든 것들이
'안정성'이라는 것으로 귀결되게 된다.
내 경우에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장점을 가장 크게 느꼈을 때는
코로나19 사태 때와 아이를 키우면서였다.
코로나19 때에는 자영업을 비롯한 다른 직종들의 예기치 못한 어려운 상황을 보며
일상에 큰 변동이 없는 공무원의 장점을 느꼈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육아휴직, 근로시간단축, 자녀돌봄유급휴가 등에서
많은 편의를 제공받아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기에 '공무원'으로서 자녀에게 추천할 만 하냐고 한다면, 이제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반면 사서라는 '업'에 대해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생각이 든다.
사서라는 직업은 10~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히 정적이며, 수동적인 직업으로 비춰지고
실제로도 그랬다.
현재도 다른 직업군에 비하면 내향적인 사람이 많고 조직 문화도 다소 여초적이다.
하지만 현재는 도서관들도 실적, 능력, 평가 등에서 다소 민감해졌고
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에게 서비스하는 사서로서의 본질적 업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업'으로서의 사명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 생겼다.
예를 들면, 경찰에게 범인을 잡고 범죄를 예방하는 업무만 주어졌다고 한다면
경찰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부분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고 근무할 것이다.
하지만 업무의 대부분이 시위대 진압이나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대기 인원으로만 한정된다면
경찰으로서의 사명감이나 자부심을 느끼기는 힘들다.
사서 또한 과도한 행정적 업무, 예산 처리, 보고서 작성, 요식적 업무 때문에
실제로 이용자를 마주하고 응대하는 대신 모니터를 보며 건성으로 이용자의 물음에 대답하게 되는 것이다.
여초적인 조직 문화는 다소 수평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조직 내에서 소문이 빠르고
평판에 민감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입소문'에 덜 민감할 수 있었지만 대개 여자 사서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봐서 딸을 키우고 있는 나로서도 감안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육아와 관련된 부분에서 상급자들이 호의적인 점이라면
여초 직장도 장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측면으로 보았을 때, 사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자식에게 추천할 만 하다.
객관적으로는 공무원의 안정성,
주관적으로는 사서라는 직업의 업무에서 오는 만족감이 제일 크다.
아마 나중에 정말로 딸이 사서를 하겠다고 하면, 고민은 되겠지만 추천해 줄 것 같다.
참고로, 올해 7살이 된 첫째 딸의 현재 장래 희망은 네일 아티스트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