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지 않은 잘못이지만, 죄송합니다
도서관 직원들은 이중적인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대학교 문헌정보학과에서 사서에 대해 배울 때에는 '전문직'이라고 배우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지지만
실무에서 만나는 사서의 업무는 서비스직의 업무 비중이 꽤 크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전문직 직업들은 서비스직의 면모를 포함하고 있다.
의사는 환자를, 변호사는 피고 또는 원고를,
그 외의 전문직들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의 요구에 맞추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서 또한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카운터에 앉아 눈을 마주치며 상냥한 미소를 짓고, 전화 응대에 말투와 톤까지 신경써 가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래서 사서는 자신을 '전문직'이자 '서비스직'이라는, 다소 간극이 있는 직종에 발을 걸치게 된다.
서비스직 성격의 업무를 포함하는 공무원으로서, '사과'는 일상적으로 따라오게 된다.
이용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그로 인해 불편한 상황을 초래했고 감정적으로까지 이용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민원에 대한 사과를 꼭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내가 하지 않은 잘못을 사과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는 것이다.
자료실 카운터에는 여러 명의 직원이 돌아가면서 앉고, 주말 근무로 인해 평일에 휴무를 사용하는 직원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를 처리한 담당자가 자리에 없는 경우도 많은데,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도서관 직원들'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인 사람들이 자신에게 불편을 주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사과는 꼭 실수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런데 내가 하지도 않은 잘못에 대한 사과는? 더 어렵다.
하지만 사과하지 않는다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도 하고
상급자들은 직원들이 일을 키우는 것보다 자존심을 접고 빨리 사과해서 이용자의 민원을 조용히 끝내는 것을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일하다 보면 이용자들에게 사과, 사과, 또 사과해야 한다.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사과에 익숙해졌다.
내가 하지 않았더라도 빨리 정중하게 사과하면 대부분의 민원인들은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사라진다.
하지만 만약 그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따지기 시작했다가는 이용자가 더 세게 민원을 넣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상급자들은 극성 민원인을 탓하기보다는 그들의 화를 돋운 직원을 나무라게 된다.
억울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덕분에 원만한 관계에 있어서 잘못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사과가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