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관장님: 최고관리자의 자세

간장님 아니고 관장님

by 이우재

어떤 조직이건 최고관리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최고관리자의 태도는 조직의 운영과 조직원들의 삶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친다.

도서관의 경우, '관장님'이 그 존재이다.


일반인들에게 도서관 관장님에 대해 어떤 이미지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도서관에서 오래 일한 사서, 책을 많이 읽는 다독가, 도서관과 책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지성인 정도로 생각할 것 같다.

도서관이라는 공간 특성 상 책과 지식, 공부와 맛닿아 있어서 그러리라 짐작된다.

사실 저런 이미지들이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그렇지 않은 관장님들도 있다. 특히 관장님이 사서가 아닌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는 사서 출신 관장님과 사서 출신이 아닌 관장님이 존재한다.

사서 출신이 아닌 경우 행정직 같이 관련 없는 직렬의 공무원이 관장을 맡는다.

물론 도서관은 자료를 서비스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공간으로서의 실체가 있기 때문에 행정적 절차, 시설 관리적인 지식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애초에 도서관에 관해 교육받지 않았고, 도서관에서 근무한 경험 자체도 전무한 사람들이 와서 관장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관장들의 임기는 짧으면 6개월, 길어야 2~3년으로 도서관의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운영하기란 굉장히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도서관 관장이라는 자리는 중요하지만, 때로는 단순히 거쳐가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사서직 관장들은 대부분 도서관에서 몇십 년을 일해 왔고, 사무관(5급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검증된 관리자이기 때문에 각자 나름의 도서관 비전과 철학이 있다.

하지만 도서관 관장도 평범한 공무원인지라

자신이 시킨 업무에 대해 일언반구 고생했다는 말뿐만 아니라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관장님이 있는가 하면, 직원들 모두가 반대하는 사업을 억지로 밀어붙여 강행하는 관장님도 있다.

실적에 혈안이 되어 부하 직원들을 들들 볶는 관장님도 있고, 실적 욕심은 없지만 일상에서 이상한 걸 트집 잡는 관장님도 있다.

일개 직원 입장에서 봤을 때, 가장 좋은 관장님은 역시 부하 직원들 노고를 알아 주는 관장님이다.

아마 다른 조직에서도 그렇겠지만 일은 일대로 했는데 상사가 인정조차 안 해주면 직원 입장에서는 정말 힘 빠지는 일이다.

고생했다 한 마디라도 던져 주는 거랑 그냥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거랑 엄청난 차이이다.


예전에 대학생 때 실습을 했던 용인의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관장님께서 도서관에 대한 열정과 태도가 남다르셨다.

원래 문헌정보학 전공이 아니셔서 대학원도 문헌정보학을 다니시고

도서관과 관련된 책도 몇 권 쓰셨다.

동네, 마을에 뿌리내린 생활밀착형 도서관을 맨땅에서 일구어내시고

도서관 곳곳에 관장님의 손이 안 닿는 곳이 없었다.

나는 공무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최고관리자의 태도가 정말 기관마다 다르구나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모두 공통된 사실은

도서관에서 아무리 날고 뛰는 관장님이라고 해도

밖에 나가면 다들 힘없는 아줌마, 아저씨라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는 왕처럼 군림하지만

정작 집에 가면 평범한 누군가의 아내, 남편, 엄마, 아빠로

그냥 동네 아줌마, 아저씨로 지낸다는 사실을 보면

내가 일을 하면서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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