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새내기: 50대 신입의 등장

인생 선배, 직장 후배

by 이우재

사기업을 다녀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직장에 다니다 보면 선임보다 나이가 많은 후임이 들어오는 경우를 다들 경험할 것이다.

나보다 2~3살 위는 물론, 5~6살 위의 인생 선배들도 직장에 늦게 입사하는 경우는 당연히 있을 테지만 공무원의 경우 그 나이 차이가 꽤나 큰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18살 정도?


도서관 직원들은 보통 3인 내외의 팀으로 묶여 있다.

기획팀, 수서정리팀 등으로 '사무실'과, 자료실을 기준으로 종합자료실, 어린이실 등의 '자료실'로 팀이 나뉜다.

그리고 자료실은 실장, 차석, 삼(3)석 등의 명칭으로 포지션을 구분짓게 된다.

팀의 인원 수가 적기 때문에 누구 하나 구멍이 되면 분위기가 나빠지는 것과 동시에 업무 밸런스도 엉망이 된다.

이것은 어떤 자료실에서 나이든 삼석 직원이 등장하면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처음 인사발령이 났을 때, 다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수많은 이용자, 수많은 직원들의 이름을 마주하다 보면 이름에서 풍기는 연령대의 느낌이 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오기로 한 신입의 이름은 꽤나 높은 연령대를 예상하게 했다.

하지만 그가 첫 출근을 했을 때, 50대 초반의 여성분의 모습은 새내기라는 호칭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였다.

심지어 다른 직렬 공무원 경력도 몇 년 있었기에 직원들은 그를 대하기가 혼란스러웠다.

그는 신입이자 신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료실 차석 직원의 하소연이 들려 왔다.

카운터에 안아 있는 모습을 못 봤다,

업무를 가르쳐 줘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까먹는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등등.

30대 중반의 그는 자신보다 18살이 많은 후임의 등장에 직장 생활 최대의 고비를 맞이했다.


직장 생활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긴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식사 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는 8시간을 매일 얼굴 보며 살아야 한다.

어떨 때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도 한다.

그런데 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히는 사람과 주 40시간을 함께 있어야 한다면?

공무원의 특성상 한번 배정받은 보직은 최소 6개월은 유지해야 한다.

주먹다짐, 머리채 잡기와 같은 육탄전 혹은 x발x끼와 같은 육두문자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말이다.

결국 차석 직원은 6개월을 카운트다운하며 연말까지 D-Day를 세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헌 새내기의 입장은 어땠을까?

짐작건대 이 신입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장님은 다행히도(?) 50대 후반이었지만

자신의 사수라고 할 수 있는 선임이 자신보다 18살이나 어리다면

새로운 직장 생활의 시작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라도 직장에서 선배라면

일을 배우거나 업무적으로 있어서 예의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당연히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때로는 나이라는 숫자 때문에 마음이 상하고, 관계가 어색해지고,

할 말을 삼키고, 못할 말을 뱉었을 것이다.

그래서 할 말을 잃을 정도로 그 자료실의 구멍은 커져 갔고

결국 그 자료실에서 복무하던 사회복무요원이 직원들의 업무 태만을 이유로 국민신문고(공공기관 민원 접수 사이트)에 민원을 넣는 것으로 막장의 종지부를 찍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관계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이 나이일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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