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몸)이 상한 놈
도서관에 가 보면 책을 빌려 주는 공간이 있다.
우리는 그곳을 '자료실'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카운터(데스크)라 불리는 업무 공간이 있다.
은행의 창구처럼 이용자들의 도서를 대출해 주고 반납받는다.
그 외에도 예약도서, 희망도서(신간을 도서관에서 구매하여 우선 예약권을 주는 서비스), 기타 문의가 있을 경우 이용자들은 카운터로 온다.
도서관에 따라 다르지만 카운터에 젊은 남자가 앉아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신입 직원일 수도 있지만 '사회복무요원'인 경우도 많다.
직원 같기도 하고 직원 같지 않기도 하고
같잖은 직원인 사회복무요원이 이번 화의 주제이다.
'사회복무요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예전에 '공익'으로 불렸던 그들은 우선 어딘가가 아프다. 아니, 아마도 아플 것이다.
아마도 아플 것인 이유는 겉으로 티가 잘 안 나기 때문이다.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그 외의 다양한 사유로 신체검사를 패스(?)해서 들어온 이들은
21개월이라는 복무 기간 동안 도서관에서 반(half) 직원으로 지내게 된다.
문제는 그들의 스펙트럼이 너무나도 넓다는 것이다.
도서관마다 규모에 따라 적게는 1~2명, 많으면 4~5명까지 사회복무요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일하면서 20명 내외의 요원들을 보면서 느낀 바로는
이들이 1/1/1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1/1/1의 법칙은 3명의 사회복무요원이 있으면
1명은 좋은 놈, 1명은 나쁜 놈,
1명은 (몸)이 상한 놈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인 '좋은 놈'은 정말 일을 잘 하거나 열심히 하는 사회복무요원이다.
어느 자리에서 일하건 어느 업무를 맡기건 믿음직스럽고
때로는 공무원 직원보다 나을 때도 있다.
이들은 우선 성실하며, 근태도 양호하며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인정받고 예쁨받는다.
때로는 전문적인 영역에서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예전에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온 사회복무요원은
레퍼런스로 프랑스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주기도 하였다.
두 번째로 '나쁜 놈' 유형이 있다.
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나쁜 놈이 되는데
뺀질이 형, 근태불량 형, 거짓말쟁이 형 등이 있고
종종 여러 유형을 합친 진화형이 되기도 한다.
일을 시켜도 항상 뺀질뺀질, 책을 꽂으라고 하면 꽂는 둥 마는 둥 한세월 걸리는 경우도 있고
미리 연락 없이 출근 5분 전 문자로 당일 연가/병가 사용을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정해진 규칙을 피해 가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예전에 있던 도서관은 사회복무요원들이 돌아가면서 주말에 하루씩 나왔는데
나오기 싫어서 주말에 운영하는 학원에 결제하고 영수증을 제출한 뒤 결제 취소한 요원도 있었다.
물론, 소집해제(전역) 후 알게된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몸)이 상한 놈이 있다.
이 경우 정말 건강이 다른 사람보다 안 좋아서 몸이 상했거나,
정말로 이상한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잘 교육시키고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면 적당히 잘 지내다 소집해제까지 가는데
후자의 경우 무엇을 해도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그리고 내가 전해들었던 이 요원의 이야기는 후자의 경우에 속한 이야기이다.
이 요원은 평소 별 문제 없이 잘 출근하고 무난하게 일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네. 선생님. 저 OO인데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지금 건물 10층에서 뛰어내려서요."
"?? 네?"
"죄송합니다, 제가 출근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랬다고 한다.
실제로 그 요원은 어딘가에서 뛰어내렸고, 발목과 다리 일부를 다쳤고,
뛰어내린 후 직접 119에 신고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봐도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린 부상은 아니었다.
복무 중지 상태에서 집에 머물던 그는 얼마 후 중도에 소집해제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어느 직장이나 괜찮은 사람, 이상한 사람이 있지만
주사위를 굴려서 뽑은 듯한 사회복무요원의 스펙트럼을 보면
대부분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다면 대부분 "그냥 없는 게 낫겠다"라고 응답이 나올 것이다.
요원 1명이 1인분을 해서 얻는 직원들의 편리함보다
1인분을 못했을 때 생기는 어려움이 배로 크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