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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당 써니 Dec 21. 2024

자유와 책임

"이 차장, 지금 막 일어났나 봐. 세수도 안 한 것 같네."

"안 대리는 집인데도 깔끔하게 옷 입고, 역시 정신 상태가 좋아."

"요즘 고객 방문이 제한되니까, 원격으로 장비 지원하고 장애 있으면 잘 처리해라. 집에 있다고 멍하니 시간 낭비 말고, 이럴 때 공부도 하자. 그럼 퇴근 시간에 줌으로 다시 만납시다.“     


코로나19로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우리 사장님은 중소기업이라 굳이 재택근무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신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은 말로는 못하지만, 그들의 눈빛에서 간절히 원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가끔 대화가 나왔다. "누구는 재택근무 한다더라, 부럽다." 요즘 꼰대 회사들은 사장님 앞에서 직원들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불만을 말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사업부만이라도 2주 동안 재택근무를 해보기로 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제시간에 줌 미팅을 하기로 했다. 자유를 주었지만,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그 다음날 모든 직원이 출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나는 출퇴근 시간에 사무실에서 줌 미팅에 참여했다. 혼자 있는 사무실이 매우 편했다. 다른 사업부는 건너편에 있어 나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직원들이 없는 나만의 공간이 좋았다. 사실, 지금은 임원이 되어도 여전히 직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다.

직원들의 반응은 아주 긍정적이었다. 몇 시간씩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느라 피곤한 대신, 재택근무를 하면서 복장이 편하고, 고객 대응도 즐겁다고 했다. 자유를 주었더니 직원들은 책임감을 더욱 크게 느끼고,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직원들의 반응과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아져서, 우리는 재택근무를 1주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직원들의 태만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두 명은 출근 시간에 줌 미팅에 잠이 들어 참여하지 못했고, 원격 지원도 제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아 고객의 항의 전화까지 받았다. 재택근무 중에 지켜야 할 약속을 어긴 것이다. 연장한 일주일이 끝나기 3일 전, 나는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출퇴근 줌 미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남은 3일 동안은 고객 대응에만 집중하게 했다. 직원들에게 후하게 대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혼자 사무실에서 자유를 누리는 것이 더 좋기도 했다.     


"전무님, 멋지십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충성!" 직원들의 반응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코로나로 몇 달 동안 재택근무를 한 회사도 있었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회사도 있었다. 몇 달간 재택근무를 한 회사는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노트북에 프로그램을 설치해 시간마다 모니터링을 했고, 그로 인해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직원들도 있었다. 

그들은 차라리 회사에 출근하는 게 낫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직장은 일을 책임지고 의무를 다해야 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성인이라도 자유를 주면 자기 관리가 어려워진다. 리더는 직원들에게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고, 자유와 책임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의 자리는 잘해도 욕을 먹을 수 있는 자리이다.     


금요일 오후, 언제부턴가 전화가 적고 고객의 문의도 거의 없어졌다. 그래서 요즘은 금요일 오전만 근무하고, 웬만하면 집으로 돌아가 일을 마무리하도록 했다. 직원들을 의심하지 않고 유연하게 자유를 주는 회사 문화가 직원들의 업무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생기면 그에 맞는 책임을 묻고, 질책해야 한다.      

사람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당근과 채찍을 잘 조절해서 관리해야 한다. 나는 우리 조직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과 워라밸을 보장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나 또한 자유를 가지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길 원한다.     


하지만, 자유가 주어지면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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