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과 주변 환경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순간,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나는 만족스럽게 살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성공, 명예, 부, 가족, 건강—이 모든 요소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반 일리치는 남부럽지 않은 직장과 안정된 가정을 꾸리며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 그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았고, 세속적인 기준에서 볼 때 성공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예기치 못한 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되면서, 그가 쌓아온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위로조차 가식적으로 보였고, 오직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진심으로 그를 돌본 사람은 하인인 게라심뿐이었다. 게라심은 죽음을 앞둔 이반 일리치를 연민과 정성으로 보살피며, 그의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열정을 다해 살아왔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순간, 나는 과연 스스로에게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얼마 전, 65년생 뱀띠 모임에 참석했다. CEO 모임에서 만난 분들 중 65년생 친구 모임에 초대받아 함께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몇 달 전 갑자기 큰 병을 앓았던 경험, 병원 침대에 홀로 누워 ‘결국 나는 혼자구나’라고 깨달았던 순간들. 그들은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우리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자!"라며 건배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술잔이 계속 채워졌고, 결국 모두 취해 눈이 풀린 채 외로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성공을 거머쥐었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있다. 하지만 이제야 외로움과 허전함을 실감하며, 그것을 채울 방법을 찾으려 한다.
나는 그날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인간이 매 순간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나는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을 열정적으로 해왔고, 다행히 그 과정이 즐거웠으며, 나의 숙명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더 깊은 의미를 찾기 위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배움과 성장을 통해 삶을 채워가고, 지식과 철학을 쌓아가면서 또 다른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과연 무엇이 더 의미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3년 전,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전날 저녁을 평소처럼 잘 드시고 주무셨지만, 다음 날 아침 깨어나지 못하셨다. 준비되지 않은 허망한 죽음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오히려 축복받은 죽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평온하게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처럼, 나도 그런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지금 이 순간, 내가 원하는 일을 선택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살아간다면 그것이 곧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닐까? 나는 내 삶이 후회 없는 길이 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온전히 살아가고 있다.
p131 좋은 시절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좋은 것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었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결혼..., 이어진 환멸, 아내의 입 냄새, 성욕, 위선! 생명력이라곤 전혀 없는 직장생활에 열심히 공을 들이면서, 또 돈 걱정을 하면서 일 년이 가고 이 년이 갔고, 또 그렇게 십 년이 흐르고 이십 년이 흘렀다. 늘 똑같은, 그렇고 그런 삶이었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생명력이 사라지는 삶이었다.
p140
전에는 절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일, 그러니까 그가 살아온 인생이 송두리째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그것이 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자신의 일도, 삶을 살았던 방식도, 가족도 그리고 사교계와 직장에서 친분을 쌓은 사람들까지도,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다 거짓일 수 있는 노릇이었다. 그는 눈앞의 모든 것들을 지키고 변호하려 했다. 하지만 돌연 자신이 변호하는 것들이 헛되고 무력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똑똑히 느껴지는 것이다. 지키고 변호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p148
“임종하셨습니다!” 누군가 그를 굽어보며 말했다.
그는 그 말을 들었고 그 말을 마음속에서 되뇌었다. ‘죽음은 끝났어.’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죽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하지만 들이마신 숨을 미쳐, 내뱉기도 전에 온몸을 쭉 뻗더니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1886년 3월 25일
톨스토이는 러시아 백작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두 살 때 어머니를, 아홉살에 아버지를, 27세에 셋째 형을, 31세에는 맏형을 차례로 여의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자주 목도해야 하는 운명에 있었다. 이로 인한 심리적 상처는 한때 작가에게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평생 ‘죽음’이라는 테마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게 되었으며, 그의 대표작인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도 모두 삶과 죽음에 대한 치열한 고민 아래 탄생한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