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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길 위에서

by 허당 써니 Mar 13. 2025

설득: 기다림과 신중함, 그리고 냉철한 판단

오후가 되니 날씨가 따뜻해졌다. 완연한 봄날이다. 을지로에서의 미팅을 마친 후, 햇빛을 맞으며 청계천 길을 따라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광화문이었다. 잔잔한 봄길을 거닐며 마치 나비가 된 듯한 순간, 시위대의 우렁찬 함성이 현실로 나를 되돌려 놓았다. 각자의 입장만을 소리치는 그들의 외침 속에서 문득 시선을 돌리니, 큰길 옆에 서 있는 전봉준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일주일에 한 번은 걷던 길인데, 왜 오늘에서야 그를 보았을까. 그의 깊고 슬픔이 서린 눈을 보며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전봉준, 녹두장군이라 불렸던 그는 설득의 힘으로 농민군을 결집시키고, 조선 말기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지도자였다. 그의 설득은 단순한 연설이나 강요가 아니었다. 농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현실을 바꿔나가겠다는 공감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원한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는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설득했다.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싸우고, 앞장서면서 신뢰를 얻었다.

설득이란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행동이, 때로는 신념이 설득이 된다. 전봉준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최근 세계는 미국 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뛰어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협상에 성공한 지도자가 있다. 바로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대통령이다. 그녀는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냉철한 판단과 신중한 태도로 변덕스러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녀의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첫째, 침착하게 기다리는 것.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발표한 직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추가 정보를 기다렸다. 

둘째,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 미국이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마약 문제를 지적하자, 이를 부정하거나 맞서지 않고 적극 협력하며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셋째, 냉철하게 승부를 보는 것. 그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트럼프의 말보다 행동에 집중하며 철저한 계산 아래 협상에 임했다. 

결국, 트럼프는 그녀를 ‘존경한다’고까지 말했고, 그녀의 지지율은 85%까지 치솟았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승리가 아니라, 설득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설득이란 무엇인가?

설득은 상대방이 특정한 태도, 신념, 행동을 취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다. 중요한 점은 설득이 강요나 조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설득의 핵심은 상대방의 자율성과 비판적 사고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설득은 기만적인 방법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흔들릴 때, 판단력이 흐려져 남의 설득에 쉽게 휘둘릴 수도 있다. 반대로, 우리는 누군가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설득해야 할 때도 많다.

설득이 반드시 논리적인 방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감성적인 접근도 중요하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설득을 보면, 

주인공 앤 엘리엇은 가난한 해군 장교 프레더릭 웬트워스를 사랑했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설득으로 인해 그와의 약혼을 깨야 했다. 하지만 8년 후, 그녀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고 있었고, 스스로를 설득해 다시 사랑을 찾으려 했다. 이처럼 설득은 타인을 향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설득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

1. 기다림의 자세

"성공적인 협상의 핵심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 윈스턴 처칠

설득은 즉각적인 반응보다 차분한 기다림이 효과적일 때가 많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보며, 최적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급한 태도는 오히려 설득력을 잃게 만든다.

2. 신중한 움직임

"모든 행동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 손자

설득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내 입장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과정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고려하며 접근할 때 설득력은 배가된다.

3. 냉철한 판단력

"감정은 일시적이지만, 신뢰는 영원하다." – 워렌 버핏

설득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감정적인 대응은 상대방의 반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차분하고 논리적인 태도는 상대를 설득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설득의 기술은 일상에서도 필요하다


설득은 정치와 외교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30년 동안 영업을 하면서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고객이 여러 제품 중 내 제품을 선택하도록 만들려면, 제품의 특장점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고객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도 늘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신중함과 기다림의 태도를 배우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이 나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설득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직설적으로 지시하고, 내 뜻대로 결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세인바움 대통령 만큼은 아니지만 냉철하게 설득하던 내가 가족 앞에서는 감정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설득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하며, 강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완벽한 설득은 없다, 그러나 배움의 자세는 필요하다

우리는 완벽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가 리더의 모습이자 어른의 모습이다. 늘 변함없이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올바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배움의 자세를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세상에는 변덕스러운 트럼프 같은 인물도 있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상사나 리더도 있다. 혹은 말이 통하지 않는 자녀나 가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앞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신중하고 냉철한 자세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더 나은 관계를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이 아닐까?

"설득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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