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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술잔을 채우듯, 우정을 채우다

by 허당 써니 Mar 17. 2025

따듯한 봄기운을 느껴야 하는데, 차갑고 센 바람을 품은 겨울이 여전히 머물러 있다. 피곤함에 온몸이 욱신거리는 아침이지만, 나를 깨워주는 상쾌함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달에게 인사를 건넸다. 주말에 일본에서 바라보았던 보름달을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 만나는 순간, 왠지 모르게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조용한 새벽, 뛰고 있는 이 순간, 뛸 수 있는 나 자신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권호, 정훈아, 너희 일본 유학도 했고 직장도 다녔잖아. 우리 올해는 꼭 일본 한 번 가자!"

권호, 정훈이를 포함해 남자4과 나는 15년 전 한 사적인 모임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다. 나이가 같아 금방 친해졌고, 술을 좋아했던 우리는 시간만 나면 만나 술 한잔하며 우정을 나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술을 줄이게 되었고, 이제는 1년에 한두 번, 제대로 마시는 날을 정해 모여 그날은 코가 삐둘어지게 마신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는 아니지만, 이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솔직하고 장난기 가득하다. 그런 우리는 이번 일본 여행을 위해 술자리에서 돈을 걷었고, 결국 일본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2박 3일 후쿠오카 일정. 골프 두 번, 그리고 자유 일정. 나는 후쿠오카에만 다섯 번째 방문이다. 영업 접대나 골프 투어로는 후쿠오카만큼 좋은 곳이 없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깝고, 호텔과 백화점, 강가를 따라 고즈넉하고 조용한 술집들이 자리 잡고 있어 매력적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일본의 술 문화를 잘 아는 친구들과 함께여서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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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일본의 술 문화를 제대로 즐겼다. 가볍게 여러 곳을 방문하며 한곳에서 배부르게 먹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그 덕분에 나는 '노미호다이(飲み放題)'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일정 금액을 내면 테이블당 무제한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시스템. 우리는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고구마 소주(진한 향과 달콤한 맛)와 보리 소주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를 마음껏 즐겼다. 작은 주전자에 따뜻하게 데워진 술은 그 풍미가 더욱 깊었고, 유리잔을 나무 상자에 담아 넘치도록 따르는 ‘모리카케(盛りこぼし)’ 방식은 손님을 후하게 대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인상적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본전 이상으로 술을 마시며 처음 만났던 시절을 추억했다. 누구와 어디서 마시느냐가 술맛을 결정하듯, 우리의 밤은 그 어떤 순간보다 즐거웠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누구 하나 힘들어하지 않고 조식을 먹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나에게 진정한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 어떤 시기에 만난 친구가 진정한 친구일까? 생각해 본다.


어릴 적 친구가 소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절에 형성된 관계만이 진정한 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종종 학창 시절의 친구가 가장 순수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무게를 견디며 성숙한 나이가 되어서 만난 친구야말로 더 깊이 있는 관계가 아닐까? 

우리는 어떤 모임에 참여할 때,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적 이익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친구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익을 위한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진정한 친구는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존재다.


인생이 변화하는 만큼, 친구와의 관계도 변한다. 중요한 것은 함께 공감하고 신뢰하며 서로에게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는가이다.     

흔히들 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오히려 삶을 경험하고, 내가 누구인지 더 잘 아는 시점에서 사귄 친구들이 더욱 깊은 유대를 가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공감하고, 겸손하고, 상대의 삶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 그렇게 한다면, 내 곁에도 진정한 친구가 남아 있을 것이다.     


"좋은 친구는 당신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 오프라 윈프리


"가장 아름다운 발견은 진정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내가 좋은 친구가 되면, 결국 내 곁에도 좋은 친구가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술 한잔 기울이며, 인생의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달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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