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제 56장 지자知者를 읽고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 『도덕경』 제56장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조언을 듣는다. 그것이 진심이든 아니든, 도움이 될 때도 있고 마음에 상처를 남길 때도 있다. 누군가는 묵묵히 삶의 길을 함께 걸어주는 멘토가 되어주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을 절대적인 진리처럼 강요하는 꼰대가 되어버린다. 나는 도덕경 56장을 읽으며, 멘토와 꼰대의 차이를 새삼 더 깊이 느꼈다.
불교에서 말하듯, 깨달음은 말이나 글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험되어야 한다.
진정한 도는 먼지로 가득한 세상 한복판에서, 혼란과 복잡함 속에서 자신을 닦아가는 여정 속에서 드러난다. 『도덕경』은 말한다. "도는 먼지로 뒤덮인 세상과 하나가 될 때 나타난다." 그 말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나는 28년째 영업을 해왔다. 고객, 경쟁사, 그리고 벤더 사이에서 수많은 말들이 오간다.
그 말들 중에는 내게 상처가 되는 말도, 오해를 부르는 말도 있었다. 때로는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하지?’라는 의문과 함께 억울한 감정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그런 말들에 무디게 반응하지 않고, 그 속에서 나만의 해석을 하며 성장해 왔다. 그 과정이 바로 도의 한 걸음이 아닐까.
영업 초년생 시절, 선배는 술자리에서 늘 이렇게 말했다. “요즘 애들은 말이야, 그렇게 해서 되겠어?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렇게 하면 안 돼.” 당시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 켠에는 반감이 생겼다. 왜 그의 방식만이 정답일까? 왜 내 방식은 틀렸다고 단정 지을까?
반면, 나에게 진정한 멘토가 되어준 이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쌓는지,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침착하게 대처하는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배웠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해봤는데, 네 상황에선 다를 수도 있어. 너만의 방법을 찾아봐.” 그 한마디가 내게 큰 용기를 줬다.
내가 최근에 함께 일한 후배는 의욕은 넘쳤지만 실수가 잦았다. 예전 같았으면 실수를 지적하고 나무랐겠지만, 이번엔 먼저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괜찮아. 내가 예전에 비슷한 실수를 한 적 있어. 그땐 이렇게 해결했어. 네 방식도 좋으니 잘 정리해서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그 후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전무님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도 누군가에게 멘토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내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강요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할 뿐이다. 말보다 더 큰 힘은 태도와 진심, 그리고 공감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길은 그 자체로 존재하며, 그 길을 걷는 이는 각자의 발로 걸어야 한다.”
이제 나는 멘토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안다. 나의 깨달음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전해져야 한다. 내가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그들이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누구나 먼지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먼지 속에서도 맑은 눈을 유지하려는 자, 침묵 속에서도 따뜻한 손을 내미는 자, 그가 바로 진정한 멘토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어가려는 과정, 그 자체가 도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숨을 쉬며 다짐한다. “말하지 않고도, 말보다 깊게 전하는 사람이 되자.”
“말하지 않는 자가 진정으로 아는 자다.” – 『도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