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다

by 덴고 싱클레어

나, 당신, 그리고 로맹가리


때로 책을 읽는 행위는, 작가의 명성이나 세간의 평에 끌려서가 아닌, 바로 그 책을 알게 해 준 사람을 이해하려는 동기에서 시작되는 의식 같은 것일 때가 있을테지,


그 경우에 있어 책은 도구에 불과하며 읽는 이는, 실은 죽은 책과 죽은 작가가 아닌 현재 살아있는 그를 행과 열의 여백 틈새에서 찾아내며 그에게 마음을 쏟아 붓는 기도의 시간을 갖는 것일테지,


그렇게 위대한 작품은 후세의 뜨거운 피를 가진 사람들을 위하여 자기도 모르게 복무하는 것일테고, 갤러리를 가는 일도 그런 것일테지, 작가나 작품이 아니라 그를 보러 가는 것일테야, 오른편에 서 있었을지도 모를 그를 상상하며 그의 공간을 남긴 채 오도카니 색과 면을, 네 개였을 두 눈을 아쉬워하며 뜨겁게 바라보는 일일테지,


그러나 아무리 불경과 성서를 읽는 마음으로 모든 활자와 색을 음미하고, 그를 나름으로 대입하여 보아도 끝끝내 거기에 그는 없는 것일테지, 이 모든 건 보는 이의 환상이었을테지, 그렇게 그들의 한 때는 마지막 페이지를 접으며, 갤러리를 빠져 나오며 이 생의 한 숨을 고하는 것일테지, 마치 이 ‘경계’를 지난 승차권은 더는 유효하지 않는 것처럼, 아디오스.


그러나 자크 레니에가 릴리 마를렌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로라가 마지막 순간에 릴리의 전화를 받았던 것처럼, 끝내 자크가 루이스를 운전수로 고용하며 그를 컨트롤 할 수 있던 것처럼, 고백(confess)은 ‘경계’를 초월하여 ‘너머’를 향하게 하고, 한 숨의 끝은 새 숨을 잉태하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