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일본 여행 취소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홍콩을 중심으로 한 일본행 수요 급감은 단순한 여행 트렌드 변화로 보기 어려운 분위기다. 갑작스러운 이탈 배경에는 최근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7월 대재앙설’이 자리하고 있다.
2025년 5월 15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홍콩의 저비용 항공사인 ‘그레이터베이항공’은 일본행 항공편 감편을 발표했다. 센다이 노선은 기존 주 4회에서 주 3회로, 도쿠시마 노선은 주 3회에서 주 2회로 줄이며 감편은 5월 12일부터 10월 25일까지 적용된다.
항공사 측은 “최근 일본 재난 예언에 대한 우려로 예약 취소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히며, 홍콩 사회 특유의 예지 정보에 대한 민감함을 배경으로 설명했다. 특히 풍수지리와 운세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된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불안을 키운 중심에는 일본 만화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이 있다. 해당 작품은 작가 다쓰키 료가 기록한 예지몽을 바탕으로 구성됐으며,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예측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1999년 초판 발행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후 대지진을 계기로 ‘예언서’처럼 재조명됐다.
2021년 출간된 완전판에서 다쓰키는 “진짜 대재앙은 2025년 7월”이라는 메시지를 띠지에 삽입하며 다시 한번 관심을 끌었다. 특히 필리핀해 해저에서 발생할 대규모 지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 피해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꾼다”는 작가의 증언은 공포심을 더욱 자극했다.
SNS를 중심으로 이 같은 내용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는 실제 재해 발생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었다. 여름휴가를 계획했던 일부 여행객들은 예약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변경하며 현실적인 행동으로 이어졌고, 이는 항공업계 수익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일본 전문가들은 지나친 불안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슈대 지역방재센터 기쿠치 사토루 교수는 “정보의 출처와 신뢰도를 먼저 검토해야 하며, 허위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작가 다쓰키 또한 “해당 만화는 예지몽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일 뿐, 실제 재난 예보는 아니다”라며 “재난 대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메시지로 받아들여 달라”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과학적인 경고를 중심으로 지진 대응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올해 1월, 향후 30년 이내에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8~9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을 80%로 제시했다. 이는 예언이 아닌 통계와 지질 연구에 기반한 공식 자료다.
지진조사위에 따르면, 규슈 인근 휴가나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강진은 최대 34미터 높이의 쓰나미를 유발할 수 있으며, 침수 예상 면적은 1151㎢에 달한다. 이런 정보는 정책 수립과 방재 훈련을 위한 실제적 경고로 활용된다.
결국 이번 사태는 불확실한 예언보다 과학적 근거와 대비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재난에 대한 두려움이 때로는 여행 심리나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보 소비자의 태도 역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