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홍련의 귀환…함안 연꽃공원의 시간의 정원
경남 함안의 한 연못에서 수백 년을 잠들었던 생명이 여름이 오면 다시 눈을 뜬다. 고려시대의 흔적을 품은 씨앗이 깨어나 세상 밖으로 피어난 연꽃, 그 놀라운 사연이 이곳의 여름 풍경을 특별하게 만든다.
2009년, 함안 성산산성 유적에서 출토된 오래된 연꽃 씨앗이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씨앗은 무려 700년 전 고려시대에 묻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듬해 발아 실험 끝에 실제로 꽃을 피워내는 데 성공했다. 기적처럼 피어난 이 꽃은 옛 아라가야의 이름을 따 ‘아라홍련’이라 불리며, 함안을 대표하는 역사적·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이후 함안군은 자연을 보존하면서도 역사와 연결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2013년 천연 늪지대를 활용해 연꽃테마파크를 조성했다. 단순한 식물원이나 인공 공원이 아닌, 살아 있는 역사 현장을 고스란히 품은 생태공간으로서 오늘날 여름철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이 테마파크는 약 1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면적으로, 여름이 되면 연분홍과 백색의 연꽃들이 연못 위에 잔잔히 피어난다. 아라홍련 외에도 다양한 수련과 가시연꽃 등이 어우러져 형형색색의 장관을 이룬다. 특히 아라홍련은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함안만의 고유 품종으로,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꽃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7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로, 이 시기에 방문하면 짙은 연잎 사이로 솟아오른 꽃잎들이 햇살과 어우러져 마치 고대 풍경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공원 곳곳에는 나무 데크와 징검다리로 연결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꽃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으며, 다채로운 포토존은 사진 촬영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법, 여름 함안을 걷다
공원 중심부에는 전통 정자 형태의 쉼터도 마련돼 있어 무더위 속에서도 시원한 그늘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연꽃 사이를 유유히 산책하며 자연과 마주하는 이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는 물론,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또한 여름 축제 기간에 맞춰 방문하면 지역 특산물 체험과 로컬푸드 장터, 공예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부대 행사도 함께 즐길 수 있어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인다. 연꽃이 피는 시기에는 평일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며,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풍경의 중심에는 ‘생명의 시간 여행자’라 불릴 만한 아라홍련이 있다. 오랜 세월 흙 속에 잠들어 있던 씨앗이 다시 생명을 얻고 피어나는 모습은 단순한 자연의 순환을 넘어, 인간의 기억과 역사를 되살리는 메시지를 전한다.
7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온 연꽃이 오늘 우리의 시선 앞에 다시 피어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함안 연꽃테마파크는 그 어떤 자연 명소보다 깊은 감동을 안겨주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름이 더욱 특별해지는 이유,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