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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없이 떠나는 섬 여행, 한국에서 제일 예쁘다고?

서울 근교라 가까운 아름다운 섬 선재도

by 다닥다닥

아직 겨울의 찬기가 가시지 않은 3월의 초입.

옷깃을 여미며 창밖을 보다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이렇게 맑고 따뜻한 날엔 어디든 떠나고 싶다"


그중에서도 마음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 바로 섬이다.


바다에 둘러싸인 고요함, 도심과는 다른 속도, 파도 소리에 섞인 낯선 풍경.


우리는 왜 늘 섬을 꿈꾸는 걸까.


아마도, 섬은 세상의 번잡함과 가깝지만 멀리 떨어진,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비밀 같은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섬 중에서도 요즘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곳이 있다.

선재도 목섬 - 인천투어 홈페이지
서울에서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섬, 인천 옹진군의 '선재도'

놀랍게도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선'에서 1위를 차지한 섬이기도 하다.


그토록 많은 아름다운 섬 중에서 왜 하필 선재도일까?


직접 다녀오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선녀가 하늘에서 춤을 추는 곳이라서 그런가...

배를 타지 않아도 섬에 간다니?

'섬 여행'이라 하면 으레 배를 떠올린다.


정해진 시간표, 항구에서의 대기, 파도 위를 가르며 도착하는 그 긴장과 설렘까지.


그런데 선재도는 이 모든 과정을 건너뛸 수 있다.


안산 대부도에서 선재대교를 건너면 어느덧 그곳이 섬이다.


더 나아가 영흥대교를 넘으면 영흥도까지 닿는다.


차를 타고도 갈 수 있는 섬, 그것만으로도 선재도는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늘 교외 나들이만 하던 이들에게 조금은 다른 공간감을 선사하는 곳.


"멀지 않은데, 이렇게 다르다니."


이 작은 놀라움이 선재도의 첫인상이었다.

영흥대교
겨울 아침, 선재도 해변에서 맞이한 첫빛

선재도에 도착한 아침, 해변으로 향했다. 바람이 차긴 했지만 모래사장을 밟는 발끝은 포근했다.


햇살이 수평선 너머로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순간, 파도 위로 금빛이 물들어 퍼지기 시작했다.


정적 속에서 '일출'이라는 경이로움은 더할 나위 없이 생생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근처의 작은 카페들이 따뜻한 음료와 함께 하루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손에 쥔 머그컵의 온기가 손끝을 지나 가슴까지 따뜻하게 퍼지는 그 순간,
'잘 왔다'는 생각이 고요히 밀려왔다.

자바카라반 - 인천투어 홈페이지
모세의 기적, 바다가 내어주는 길

선재도에 왔다면 놓쳐선 안 될 장면이 있다.


하루 두 번,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

선재도 남쪽 끝에는 ‘목섬’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


썰물 시간에 맞춰가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한 모랫길이 물 위로 펼쳐진다.


이 길은 '목떼미'라고 불린다. 길의 생김새가 사람의 목덜미를 닮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이 길은 질척거리는 갯벌 사이로 자동차가 다닐 정도로 단단한 모래로 되어 있어 직접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마치 로빈슨 크루소가 된 듯, 무인도를 향해 걷는 그 체험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시간의 틈을 걷는 느낌이다.


이 바닷길은, 누구에게나 오래도록 기억될 풍경이 된다.

선재도 목섬 - 인천투어 홈페이지

또 한 곳, 선재도 서쪽 1km 지점의 ‘측도’ 역시 이 기적을 공유하는 섬이다.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유인도로, 밀물에는 고립되지만 썰물에는 걸어갈 수 있는 섬.


물이 갈라지고, 길이 열린다.


성경 속 이야기가 현실로 펼쳐지는 듯한 이 광경은, 계절과 상관없이 늘 감동이다.


겨울엔 갯벌 위로 얇게 얼음이 살짝 얼기도 하는데,
그 위를 걷는 느낌은 마치 시간도 함께 얼어붙는 듯하다.

선재도 측도 - 인천투어 홈페이지
손에 닿는 바다, 갯벌 체험

썰물 때면 열리는 또 하나의 선재도만의 즐거움은 갯벌 체험이다.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바닷길이 열릴 때, 그 위를 걷거나 조개를 채집할 수 있다.


선재 어촌계, 용담 어촌계, 영암 어촌계, 내리 어촌계 등 4곳에서 갯벌 체험장을 운영 중인데,
바지락, 동죽, 칠게, 납작게 등 갯벌 생명체들을 직접 만나고 잡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없이 좋은 추억이 된다.


갯벌 위를 걷는 발끝에 닿는 차가운 진흙, 반짝이는 조개껍데기, 손 안에서 꿈틀대는 작은 게들.
그 모든 게 오감으로 기억되는 경험이다.

선재도 어촌체험마을 - 인천투어 홈페이지
제철 해산물로 채우는 점심 한 끼

갯벌 위를 누빈 뒤엔 당연히 선재도의 해산물 한 상이 기다린다.


이 지역에서 나는 바지락 칼국수는 국물이 기막히다.


해물 파전은 바삭하게 지져진 끝자락에 숨어 있는 굴과 오징어가 씹히는 맛이 일품이고,
겨울이면 빠질 수 없는 굴 요리도 이곳에선 반드시 맛봐야 한다.


신선함이란 무엇인지, 그날 잡은 재료로만 낼 수 있는 깊은 맛이 입안에 남는다.

계절식당 칼국수 - 옹진문화관광 홈페이지
하루의 끝, 석양이 감싸는 후포항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장소는 후포항이다.


해가 뉘엿뉘엿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며, 하늘은 붉은빛으로 천천히 물들어 간다.


잔잔한 파도 위로 석양이 번지고, 바다는 고요히 그 빛을 삼킨다.


바다 냄새, 어선이 들락거리는 정겨운 풍경, 가끔씩 들려오는 갈매기 소리.


그 풍경 속에서 멍하니 앉아 있자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도심 가까이에 이런 감성이 숨어있을 줄이야."
누구나 고백하게 될 것이다.

선재도, 짧지만 깊게 머무는 섬

선재도는 도심 속 여행자에게 ‘섬’이라는 비일상 속의 쉼표를 선물한다.


해돋이부터 일몰까지,
모세의 기적부터 조개잡이 체험,
신선한 바다 음식과 함께 한 하루.


배를 타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섬.


가까이 있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섬.


바쁘게만 흘러가는 일상에 작은 여백을 만들고 싶다면, 선재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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